지차체의 행정행위에는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과 순서가 있다. 그런데 만약 이것들을 뒤바꿔버리면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어떤 사업이든지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현재 처지가 어떠한지 살펴야 하고, 다른 지자체의 형편과 상관관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주변여건과 그것의 향방에 대한 중·단기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사업의 시의성과 장래성, 자본의 조달방법 등에 이르기까지도 면밀히 검토하는게 상식이다.
요컨대 현실성과 계획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같은 무차별경쟁시대의 생존법칙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착상이 좋아도 실천가능성이 없으면 한낱‘혼자만의 꿈’에 그친다. 요즘 대구시가 그 모양이다.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모습을 보면 원칙과 순서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벌여놓거나 벌일 계획의 대다수가 다분히 즉흥적이고 주먹구구식이다. 한마디로 주변을 살피지 않는‘마이웨이’다. 그러니 시야가 넓을 리 없고, 정보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번번히 뒷북만 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7월 정부가‘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전국의 주요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했을 때도 대구시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 대구시가 6대현안사업의 하나로 꼽는 대구·경북디자인센터설립문제만 해도 시의 무신경, 무계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산을 신청해놓기만 했지 관련서류가 예산처에 넘어갔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가 결국 예산 100억원을 놓쳤다.
조해녕시장이 거창하게 들고나온 낙동강프로젝트도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성은 전혀 없는 것이다. 경제적인 합리성도 없어보이고 첨예한 낙동강수계 지자체간의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한다는 것은 더욱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다 필연적으로 야기될 “환경문제와 4조원의 엄청난 사업비조달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라는 대목에 이르면 막다른 골목길에 들어선 것처럼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달 24일 확정된 내년도 정부예산안만 들여다봐도 대구시가 얼마나 무능한지 충분히 드러난다. 총력전을 펴다시피하고 있는 내년 U대회예산은 당초 신청액의 절반도 안되는 423억원을 받은 게 고작이다.
‘3대도시’라는 과거와 ‘대통령의 도시’라는 허상에 도취돼 대안없이 모든 것을 정치에만 기대려는 정치만능주의 사고방식이 대구를 한없이 추락시키고 있다고 해도 지난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준비없이 얻는 것은 없다. 대구시당국의 의식부터 바꾸어야 대구가 회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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