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의 자체감사를 과연 이대로 두어도 되는지 심각하게 숙고해야할 시점이다. 모든 지자체들이 자체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거의가‘구렁이 담넘어가듯’ 건성건성이고 처벌 역시 하는지 마는지 모를 정도다. 기껏 행정상 불법행위나 과실을 적발해도 주의나 훈계 정도의 처벌이 고작이다. 겉핥기감사와 솜방망이처벌이 일쑤인 자체감사를 예산, 시간, 정열까지 낭비하면서 굳이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올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따르면 포항시가 산하 행정기관의 자체감사를 통해 과실과 비리를 수백건이나 적발했지만 이렇다할 처벌은 눈에 띄지조차 않는다. 뇌물수수와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중징계사안마저 가벼운 주의, 훈계로 끝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비상식적 처사다. 한마디로 ‘눈감고 아옹’이다.
자체감사가 이 지경이라면 정부나 도감사라도 야무진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중앙·자체감사 할 것없이‘찢어진 그물망’이나 다를 바 없다. 포항시에 대한 경북도감사도 주의 3명에 훈계 4명이 고작이고, 감사원 감사도 거쳐갔지만 8건이 겨우 지적돼 기관 주의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비효율적이니 중복감사·봐주기식 감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허술하고 요식적인 현행 감사체계를 확실히 정비하지 않는 한 지자체행정은 영원히 겉돌 수밖에 없다. 업무상 중과실이나 비리를 저질러도 주의나 훈계에 그친다면 공무원들이 처벌을 겁내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복부자세가 흐트러질 것이고 비리나 과실도 근절되지 않고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업무감사체계의 부실이 종국에는 심한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경북도감사에서 수억원의 예산이 드는 모읍의 읍민도서관건립과 관련해 국유재산관리가 부실과 보조사업이 부적정하다고 지적을 받은 것이나 지난해 9월 감사원 감사에서 각종 용역과 관련해서 기본계획 및 설계용역이 부적정하다는 지적을 무려 6건이나 받은 것도 바꿔 말하면 예산낭비의 한 모습이다.
이미 지적한 바 있는 정수장 보수비 과다지출문제나 편법유용된 창포동종합복지관 예산의 미환수도 같은 맥락이다. 부실감사와 솜방망이처벌은 결국 총체적인 행정부실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할 악습이다. 그렇다고 종래의 監査至上主義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형식적 量的감사에서 효율적이고 실속 있는 질적 감사로 한시바삐 전환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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