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항남부경찰서의 행태를 보면, 사고방지를 위한 과속 단속인지, 경찰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인지 의심스럽다.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 7월초 포항의 관문인 유강터널이 개통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동식 과속감시카메라를 숨겨놓고 함정단속을 계속해 오고 있다.
개통된 지 불과 2달여밖에 경과하지 아니한 지난 9월말까지 무려 2만 5천619대의 과속차량을 단속했는데, 하루 평균 312대나 되는 차량들이 과속으로 범칙금스티커를 발부받은 셈이다. 그런데 어이가 없는 것은 남부경찰서가 유강터널에서 불과 3달 남짓동안 단속한 과속차량건수가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남부경찰서관내과속차량단속건수 5만8천516건의 절반 가까운 44%나 차지하고 있을 뿐아니라 포항지역 전체 감시카메라과속단속건수의 3배나 된다는 점이다.
유강터널이 남부경찰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단속실적 올려줘 좋고 덤으로 불과 몇개월동안 10억2천여만원이나 되는 돈까지 안겨주었으니 그럴 수 밖에 더 있겠는가. 경찰의 과속단속은 기본적으로 사고예방이 주목적이다. 따라서 단속행위 자체가 필요최소한에서 그쳐야 한다. 무엇보다 도로의 지형적 여건, 교통량, 상태 등 종합적인 도로환경을 고려해 과속단속을 해야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현재의 유강터널과 연결도로는 선형이 원만하고 시계확보나 도로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한마디로 교통사고의 유발인자가 별로 보이지 않는 도로환경인 것이다. 이 터널을 통행하고 있는 운전자들이 과속감시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아직까지 한건의 교통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도 포항남부경찰서가 굳이 왜, 그것도 과속감시카메라를 숨기면서까지 단속을 하고 있는 지 납득할 수 없다. “신설도로에서는 흔히 지형에 익숙하지 못한 운전자가 무분별한 과속행위를 일삼다 교통사고를 내기 때문에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남부경찰서 교통관계자의 주장은 실로 말같지 않은 한심스러운 궤변이다.
‘숨어있는 과속감시카메라’가 운전자들에게 어떠한 경각심도 줄 수 없을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불쾌감과 거부감만 더하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 정 단속하겠다면 떳떳이 하라. 함정단속은 경찰편의주의적인 발상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시민들의 호응도 협력도 얻기 힘들다. 단속만 있을뿐 교통사고 예방효과는 전무한 함정단속은 더이상 안된다. 이제 우리 경찰도 구시대적이고 단세포적 思考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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