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새 정권이 지향하는 목표가 개혁과 통합,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분명하게 와 닿는 말들이 아니긴 하지만 좋은 나라 만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 좋은 나라,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조건이 바로 최소한 먹고 사는데 큰 걱정이 없어야 하며, 타죽거나 치여죽을 걱정이 없어야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억울함이 없어야 하는데 어디 우리 사회가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까?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새 정권 맡은 분들은 찬란한 장밋빛 청사진들을 내걸기 전에 건전한 사회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조건을 갖추는데 주력하라고 권하고자 합니다.

건전사회 기본조건 필수적
그 기본조건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사람 사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잘 공급되어 사람이 잘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람집단을 유지하는 에너지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의 세계산유량이 새정권 말 무렵 쯤 감소하기 시작하여 2020년이면 현재의 4/5로 감소하고 그 다음부터는 파멸적인 급감기에 접어든다고 하는 게 석유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태양에너지, 수소에너지 등과 같은 대체에너지를 들먹이고 있으나 여전히 석유가 잘 공급되고 있어서 그런지 절박한 마음으로 개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석유감소량을 충당할 만큼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석유공급이 잘 되지 않게 될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그때는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가진자는 외국으로 보따리 사들고 탈출할 것이고, 없는 자는 굶어죽을 것이며, 자가용으로 인한 교통체증은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십시오. 그런 다음에라야 새정권이 제시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옳습니다.
둘째, 전쟁터도 아닌데 그렇게도 많은 우리 이웃들이 타죽고, 깔려죽고, 치여죽고, 버림받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편리해진 만큼 사회가 위험해지고, 복잡해지고, 대규모 사건이 잦아진 것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이, 현대사회 구성원들이 범죄집단인 마피아와 같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한다는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대구지하철 참사 몇 년 전에 대구 신남네거리 지하철 공사장이 무너진 사건이 있었을 때 분명히 드러났던 것입니다. 그 때 시민단체가 끈질기게 추적하여 부실공사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면 사업주, 행정관서, 전문가집단이 합심하여 자연재해로 꾸며 얼버무리고 넘어가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생명기반 파멸 막아야
새정권 맡은 분들은, 사업집단들이야 어차피 영리추구집단이라 제외하더라도, 행정부 집단들이, 예를 들어 건교부나 국토관리청을 비롯하여 수자원공사, 토지개발공사, 전력공사 등과 같은 공사들이 전문가나 사업주와 결탁하여 사회의 균형발전을 해치지는 않는지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정상적인 행정부 집단이라면 지하철공사나 전동차가 그런 엉터리가 될 리가 없을 것이며, 전 국토가 도로와 개발사업으로 이토록 난도질 당할 리가 없을 것이며, 자연형하천공법이라면서 전국 온 하천을 산에서 캐온 돌들로 직선제방을 쌓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행정부서가 자신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사회전체를 위해 일하게 된 후에라야 개혁과 통합이니, 평화와 번영이니 하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셋째, 생명기반이 파멸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유념하십시오. 생명기반이란 물, 토지, 삼림, 습지, 하천과 호소, 해양, 농촌 등을 말합니다. 삼림, 하천, 지하수, 해안습지(갯벌) 등은 공유자산으로서 각각 통합관리하는 방향으로 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계속 파멸해갈 뿐입니다. 또 농촌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8%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지금과 같이 산업기술영농정책으로서는 농촌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전통농촌공동체를 복원하려 애쓰는 농민들에게 자문하여 장기적인 농업정책을 세워 집행하십시오. 생명기반이 건재하다는 전제조건이 갖추어진 후에라야 새정권은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류 승 원 -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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