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이 당선직후 곧바로 지방 분권론을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들고 나왔다. 전국을 순회하는 지방토론회를 시작으로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노대통령의 의지는 강력했다.
행정은 물론 언론과 교육분야 등 이제 지방분권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나름대로 발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 와 국가차원의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정책의 범위와 방향설정이 모호해 백가쟁명식의 말잔치만 난무한 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따라서 지방분권특별법 등 관련법의 조기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효율적 분권정책 결정과 추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스스로가 ‘지방이 참여할 수 있는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혁신 및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지방분권위원회등 각종위원회에 지방의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효과적인 업무추진을 위해서는 정부가 지방에 분권추진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이를 지원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데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 없다. 지방행정의 통합성 제고를 통한 실질적인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서는 지방에 있는 특별행정기관을 과감히 정비하고 업무를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적정한 원칙과 기준도 없이 설치된 특별행정기관의 통폐합 여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별행정기관이야 말로 지방자치단체와의 업무중복으로 인한 낭비와 갈등, 민원인의 불편 등을 야기 시키며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린 결과를 낳았다.
차제에 이를 지방자치단체로 과감히 이양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업. 공안기관 등을 제외한 모든 특별행정기관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방분권의 기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지방분권은 중앙정부 의지없이는 실현되기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지방분권은 노 대통령의 의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자치단체나 조직에서는 지방분권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경북도는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 기획단을 발족시키고 이미 인적구성을 마친 뒤 ‘분권한마당’ 홈페지까지 개설하고 분야별 분권 및 혁신과제 발굴에 나섰다.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중앙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의 지방분권추진기획단은 출발 당시 어느때 보다 의욕이 넘쳤다. 물론 지금도 의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치를 뛰어 넘지를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지방분권은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단정하는 여론이 많다. 코끼리를 춤추게 했던 IBM의 세계 최고 CEO 루이스 거스너의 경우를 보면 알수 있다.
분산이념의 선구자라고 할수 있는 루이스 거스너는 “고객을 더 잘 모시려면 의사 결정권한을 고객과 가까운 곳으로 옮겨라. 분산된 관리자들에게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의 통제권을 주어 신속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게 하라”고 했다. 이같은 결정권을 실제 행사하는 데는 CEO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기본조직의 공감대 형성이 더욱 중요하다.
지방분권도 마찬가지다. 노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기득권 세력 즉 중앙부처 인사들의 사고가 전환된 상태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하고 있다. 지방분권은 시대적 사명이다. 어쩌면 노무현정부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역사인지도 모른다.
이쯤에서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방을 춤추게 할 수 있는 지방분귄 실현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지방분권 실현여부는 중앙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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