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국 1000대기업이 발표되었다. 삼성전자가 매출과 순이익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지난해 가장 장사를 잘했으며, 가장 내실경영을 잘했다는 이야기다. 명실공히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일본의 소니, 핀란드의 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IT기업으로 성장했음을 예고해 주고 있다. 이렇듯 특정기업을 거론하는 것은 무슨 이해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뒤에는 탁월한 경영자의 리더십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겸허하게 배워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미국의 딜로이트건설팅그룹의 수석파트너 댄 코언은 ‘직원들의 행동변화의 핵심은 머리가 아닌 가슴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피력하였다. 그는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하여 이라크전, 경기침체 등의 불확실한 경영환경 아래 기업이 구성원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리더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위기감유발’을 도출하고 그리고는 ‘위기감지속’을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이 잘 나가는 기업에서는 위기감을 조성하기가 더욱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얼마 전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닮고 싶은 CEO를 묻는 질문에 이건희 삼성회장이라고 답했다. 그 배경에는 CEO로서의 감각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그는 1987년 회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삼성은 지난 1986년에 망한 회사다. 나는 이미 15년전부터 위기를 느껴왔다. 지금은 잘해 보자고 할 때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있는 때다. 우리제품은 선진국을 따라 잡기에는 아직 멀었다. 2등 정신을 버려라. 세계 제일이 아니면 앞으로 살아 남을 수 없다”라고 하면서 그는 병명을 이른바 ‘국내최고’라는 자만심이었다고 진단했던 것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위기감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세계대열에 끼기 위하여 끊임없이 독려했던 것이다.
그는 구성원들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 ‘메기론’을 도입했다. 미꾸라지를 기르는 논에 메기를 한 마리 풀어 넣으면 미꾸라지가 오히려 건강하고 살이 찐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하면 미꾸라지는 메기에게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하여 이리 저리 도망 다닌다. 적당한 긴장이 있어야 사람도 기업도 활력이 넘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미국 MBA출신 200여명의 메기들을 각 계열사 여기 저기에 풀어놓았던 것이다. 또한 ‘찾아라’경영을 적극 추진했다. 5~10년 뒤 무슨 사업을 통해 먹고 살 것인가를 찾아라. 그리고 인재를 찾아라. 이미 2010년경이면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의 지능을 갖춘 64기가 반도체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웬만한 3D산업은 로봇이 대신하게 된다. 앞으로 로봇이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잡는 시대가 온다. 이미 여기에 대해서도 연구 진행 중이다.
영국의 스티븐 코비라고 불리는 로버트 이안 시모어가 쓴 ‘멘토’라는 책을 힘들고 지칠 때 한 구절씩 읽는다. 멘토(Mentor)란 정신적 지주 또는 스승을 뜻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다. 대학으로 치면 지도교수가 될 것이고 운동으로 치면 코치가 될 것이다. 아니면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훌륭한 지도자나 또는 종교적 지도자도 좋다. 그런 멘토들은 ‘성공과 자기계발을 향한 연료공급을 게을리 하지 말라. 끊임없이 책을 읽고, 정보와 배움을 구하고, 절대로 너무 오래 주저 앉아 쉬지 말라. 절대로 성장을 멈추지 말라’고 정신세계를 가르치는, 그리고 몸소 실천하는 위대한 사람들이다. 오늘날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나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책임질 대학들이나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극복한 탁월한 경영자들의 리더십을 멘토로 삼아 봄이 어떨런지….
최 병 태 - 대구산업정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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