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은 무은재(無垠齋) 故 김호길총장이 그렇게 애착을 갖던 포항공대 캠퍼스를 떠나 영원히 돌아 올 수 없는 길로 간지 꼭 9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진정한 큰 어른이 드문 혼돈의 시대에서 김총장이 떠난 공백은 더 크게 느껴진다. 그의 아호인 ‘무은재’(無垠齋)란 평소 전공인 물리학뿐 아니라 인문과학과 사회과학 철학등 모든 학문장르를 넘나들며 해박한 지식을 후배와 학생들에게 가르쳐 “학문에 경계가 없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그런 그도 신과 인간의 경계는 넘을 수 없어 체육대회도중 비명에 갔지만 유독 세월이 흘러도 그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남는다.
얼마전 포항공대 설립자인 박태준 포스코명예회장과 인터뷰때 김호길총장의 9주기가 다가온다는 말을 넌지시 던졌다.
“그 분이 지금까지 살아 계셨다면 학교(포항공대)일은 모두 맡아서 잘 하셨을 것이고 원로로 남아계셔서 지금처럼 총장대행체제가 장기화되지 않았을 겁니다.” 공교롭게도 김총장의 9주기를 5일 앞둔 지난 25일에는 포항공대의 최첨단도서관인 청암 학술정보관이 준공돼 화려한 기념식을 가졌다. 도서관이름을 따온 청암(靑巖)은 박태준 명예회장의 호.
그동안 포항공대도서관의 명칭은 김총장의 뜻을 기리는 뜻에서 그의 호를 따 ‘무은재기념도서관’으로 줄곧 불려 왔다.
그러나 이제 그 도서관 명칭이 박회장의 호를 딴 청암으로 바뀌고 자연히 ‘무은재 선생의 흔적’도 잊혀져 갈 수 밖에 없다.
그는 포항공대 뿐 만 아니라 시민대상 강좌와 지역 각 기업체 교양강좌 등을 통해 지역서민들과 함께 웃고, 함께 토론한 ‘지역의 어른’이기도 했다.
참 스승, 참 어른이 필요한 세월이기에 그의 빈자리에 큰 아쉬움만 남는다..
‘하늘 높이 날으는 봉황은 굶주려도 조는 먹지 않는다’고 했듯이 선생은 항상 맑은 정신을으로 올바른 일을 생각하며 부모에게는 효도, 형제에게는 우애, 친구에게는 신의를 지키고, 가난한 사람ㆍ약한 사람ㆍ무능한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평생을 보내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상사람들의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
이한웅기자
star@kyongbuk.co.kr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