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이 대선 이후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노력을 펴고 있다. 그 노력은 자당(自黨)의 활로를 찾거나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데 온통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본연의 사명과 임무인 ‘국리민복’보다는 ‘당리’의 추구에 급급하고 있다.
정치권은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무엇을 위해, 또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면밀히 생각하면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정치가 극도의 국민불신에 직면해 있는 이유를 짚어봐야 하겠다.
첫째는 정당들의 집권욕이다. 정당이 집권을 궁극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목표를 향해 치닫기만 하다보니 국민을 위한 활동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없지않다. 집권은 국민을 위한 일을 열심히 한 뒤 그에 대한 평가를 바탕삼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정당의 부침(浮沈)은 그 나라 정치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엄격한 의미에서 정당도 정치인도 없다. 헌정 반세기 이후 수많은 정당들이 생성·소멸됐으나 정부 초창기에 수립되었던 정당 중 그 명맥이 유지된 당이 없기 때문이다. 역대 정당들은 그 계층적 기반이 약하여 사회의 특정 계층이나 세력을 대표하지 못하고 강한 인물중심주의로 인하여 당수(黨首)의 정치적 운명과 함께 정당의 존립이 좌우되었다. 선거만 끝나면 신당이니 합당이니 하는 명분을 붙여 당의 새로움을 주는 이미지 쇄신보다 무늬만 바꾼 뒤 결국은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몸부림으로 왜곡 변질되고 마는 역사를 되풀이 해 왔다.
둘째로 의회 정치의 문제점 개선이다. 현재 정당들은 원내 정당화를 추진하고 있다. 원내 정당화 추진의 주된 이유는 생산적인 정치를 하자는 것이며 소모적인 정쟁을 그치자는 것이다. 그래서 고비용 저효율의 병폐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의사 결정에서도 매번 어떤 현안에 대해 국민들이 의사 표시를 하고 있지만 국민의 의사는 외면당하고 자신들의 이해 득실대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권리만 향유하고 국민의 대표라는 의무는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야의 의견이 대립된다고 쌓여가는 민생현안을 뒤로하고 걸핏하면 장외 정치, 거리 정치를 부르짖으며 서명을 받고 운동을 하는 모양새를 많이 보아왔다. 줄건 주고, 받을 건 받아내는 타협과 대화의 정치를 하여야 함에도 국민을 볼모로 하는 서로간의 대결로 치달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대화를 통한 상생과 발전의 정치 기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래서 항간에 나도는 정치판은 개판, 사회는 난장판, 경제는 죽을 판이라는 밀을 하루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
셋째, 유권자인 국민의 의식개혁이다. 정치권으로 하여금 국리민복에만 힘쓰는 정치를 펴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생각 및 자세의 변화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예전에 비하면 국민의식이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나 선거때만 되면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다. 현재의 정치는 돈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 돈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간에 돈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은 본래 당원이나 회원이 납부하는 당비·회비 등에 의하여 충당되어 져야 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당비나 회비가 선거와 같은 막대한 경비를 필요로 하는 정치활동에 충분한 액수가 되지 못하므로 개인·회사·단체 등의 기부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선거때만 되면 잠시 주인이 되는 모양새다. 그래서 선거때가 되면 학연·지연·혈연의 모임에서 어쩌다 잘만하면 밥 한 그릇 정도 얻어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선거철이 지나고 나면 처지가 달라졌다. 주객이 전도되고 마는 것이다. 이제는 잘못된 정치행태를 청산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성장한 경제만큼 국민의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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