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18일 후쿠야마(福山)시에서 2일간 개최된 제36회 장미축제를 보고 느낀 소회를 시민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축제는 장미공원에서의 개막식에 이어, 시민 중에서 선발된 한쌍의 젊은 연인이 시장과 많은 국내외 하객들의 축하 속에서 치룬 장미부부 결혼식과 시내 중심가에서 이루어진 장미퍼레이드 및 장미전시회 등이 중심행사를 이루고 있었다.
행사를 통해 받은 호감은 첫째, 행사장마다 노인에서 갓난아기에 이르는 수만의 남녀노소 시민이 함께 축제를 즐기는, 즉 시민 스스로 축제의 행위자가 되는 점이다. 둘째, 장미에 대한 꾸준한 애정·연구·전시가 돋보였다. 셋째 공무원들의 사명감과 친절상 등이다.
특히 장미전시장에는 후쿠야마시의 장미 100만본 심기운동의 달성도 시간문제라는 듯이 관광인파로 초만원을 이룬 가운데 일본과 각국의 장미연구가들이 훌륭한 작품들을 전시해 아름다움을 뽐내며 상으로 우열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서열 4번째인 시장 비서실장이 앞장서 방문기간 중 시종일관 정성을 다해 우리들을 안내하고 시중을 들어 감동을 주었다.
또한 방문기간동안 일본인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문화의식을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었다.
“독도가 어째서 일본 땅이냐”고 역사적 사실을 들어 따지면, 일본 공무원과 시민들은 “ 학교에서 배워서 그렇게 알고 있으며, 우리는 먹고 사는 데도 바쁘다. 중요한 일은 정부나 전문가가 알아서 할 일이며, 우리들은 그들을 믿고 따르면 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왜 그런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없는가 하고 가슴이 아팠다.
21세기를 맞아 ‘인간환경도시’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후쿠야마는 인구 38만의 중소도시에 지나지 않지만 명승지 도모노우라를 바탕으로 후쿠야마성공원, 장미공원, 후쿠야마시립동물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이 보다 더 부러운 모습은 후쿠야마성박물관, 히로시마현립역사박물관, 후쿠야마미술관, 후쿠야마자동차시계박물관, 후쿠야마문학관, 일본신발박물관, 일본향토완구박물관, 나카가와미술관 등 문화·역사자료관이 즐비하다는 사실이다.
한국 미래의 도시 포항에 아직 박물관, 향토자료관, 미술관 하나 없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애국심이나 애향심은 구호나 현수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같은 문화 인프라에서 지역민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창출되는 것이다.
문화는 먹고 남아서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나 챙기는 사치품성이 아니다. 문화는 인간존엄의 숭고성을 깨우치며 삶의 질을 고양해 주기 때문에 한시도 잊거나 소홀할 수가 없다.
우리는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그렇게들 외치지만, 과연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김구 선생의 “부력과 강력보다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꽂힌다.
지금까지 후쿠야마의 부러운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소개했지만, 그래도 우리 포항은 한국 미래의 희망적인 도시라고 확신한다. 천혜의 고장, 아름다운 연오랑세오녀설화의 고장, 한국 해맞이의 성지, 국방의 군사도시, 해운의 중심도시, 어업의 중심도시,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성장해온 포항은 이 같은 위대한 잠재력으로 21세기형 첨단과학문화도시를 기필코 창조할 것을 한층 성숙해진 포항시민의 이름으로 다짐해 본다.

배 용 일<포항1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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