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제대로 될까.” 노무현대통령이 대구 방문에서 구체적인 지방분권 실천의지를 밝힌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그야말로 ‘하면하고’ ‘말면 말고’식이다. 덩달아 자치단체들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강 건너 불 구경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지방분권이 쉽게 될 것 같지가 않다는 주장이 많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노 대통령이 지방순회 토론회를 통해서 지방분권의지를 밝힌 즉시 조직구성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중앙정부의 반응이 시큰둥해지자 주춤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실천 주체가 중앙정부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지방분권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옳다는 얘기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정확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대상이 협조적 일수는 없다.
여우에게 가죽을 달라고 하면 좋아할 리가 없다. 양에게 맛있는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말한다면 반길 리 없다. 주나라 사람중에 가죽옷과 진귀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천금의 가치가 있는 가죽옷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여우를 찾아가 상의했다. “여우야 네 가죽을 좀 줄 수 있겠니? 나는 값비싼 가죽옷을 만들고 싶단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우는 깊은 산속으로 도망쳐버렸다. 그는 또한 제사에 쓸 진귀한 음식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양을 찾아가 상의했다. “양아! 나는 진귀한 음식을 만들고 싶구나 네 살을 좀 떼어 줄수가 없을까.” 역시 양도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숲속으로 도망가고 말았다. 그는 수없이 이러한 시도를 해보았으나 모두 실패했다. 물론 수십년이 지나도 한 벌의 가죽옷도 만들지 못했고, 100년이 되도록 진귀한 음식을 맛볼 수 없었다. 대상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다. 계획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분권도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대통령이 강력한 지방분권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가 거머쥐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이미 노무현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지방순회토론회를 깃점으로 지방분권 추진의지를 밝힌지 벌써 100일을 훌쩍 념겼다. 지방분권이 말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동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앙정부는 막강한 권한을 선뜻 내주기도 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은 시대적 흐름이다. 이제부터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로운 역사는 만들어지게 된다.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 권력을 어떻게 배분, 행사하고 국무를 누가 어느 범위에서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발전은 뒤따르게 되어있다. 지방분권의 제도적 장치인 지방자치가 실현되었고 많은 경험도 축적 해왔다. 지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키워주는 지방분권의 실천 기틀은 마련됐다. 세계적으로도 역사적, 정치적, 사회 경제적 여건에 따라 상대적 보완관계에 있는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을 적절히 배분하고 실천하는 나라들이 많다. 지방분권은 전적으로 중앙정부 의지에 달렸다.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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