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의 처신과 언행을 둘러싸고 말이 많았다.
소탈하고 순진하며 서민적이어서 친근감을 주는 탈 권위주의적 모습이 좋다는 긍정적인 견해와 천박하고 품위가 없어서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여론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있는 측에서는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대통령에 대한 생각에 젖어있는 수구·보수적 사고때문이라고 한다.
권위주의적 대통령이라고 할 때의 ‘권위’의 의미와 권위있는 대통령이라고 할 때의 ‘권위’의 의미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권위(authority)란 어떤 측면에서 보면 권력의 반태제(antithesis)적 특성을 갖는 것으로 라스웰(H.D. Lasswell)과 카플란(Abraham Kaplan)은 권위를 기대되고 정통화 된 권력의 소유라고 규정했다. 이는 권위를 가치가 내포된 영향력으로서 행위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주는 덕목으로 이해하려는 것이다. 반면 권위주의에 내포된 ‘권위’의 의미는 가치가 배제된 영향력으로서 행위의 정당성과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상처를 주는 독소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통령의 권위주의는 바람직하지 못한 비민주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이며, 권위는 품위를 돋보이게 해 주는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라 하겠다.
그래서 훌륭한 대통령, 존경받는 대통령은 권위로서 국민에게 접근하고 그렇지 못한 대통령은 권위주의에 젖어 국민을 지배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군림하고 지배하는 대통령은 권위를 실추시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되고 저항은 대통령의 직위·직책까지도 위태롭게 해서 드디어는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례를 동서고금의 정치사에서 보아왔다.
인류의 정치사가 시사하는 바는 권위가 끝나는 상황 즉 권위가 실추되고 상실된 경우 권위주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에게 리더십에 문제가 있어 사회질서가 더 이상 권위에 의해서 유지될 수 없을 때 정통성과 정당성이 결여된 권위주의가 등장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대통령이 권위를 상실하게 되면 바로 권위주의적 대통령이 되고 권위주의적 대통령은 실추된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 권위주의를 강화시키게 된다.
하지만 강화된 권위주의는 실추된 권위를 되찾기보다는 오히려 권위가 상실된 권력의 행사로 권위주의는 폭력을 낳게 되고 폭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은 권위의 상실은 물론이고 직책과 지위마저도 박탈될 수 있다.
따라서 권위주의적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권위가 있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김대중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직후엔 정치지도자로서나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갖고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지지를 받았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존경과 지지를 잃게되고 임기 말에는 권위마저 상실하고 권위주의 대통령으로 불명예스러운 퇴임을 해 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명예롭게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퇴임한 대통령을 볼 수 없었다.
노무현대통령은 그간의 정치역정에서 쌓아온 업적과 권위때문에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취임 후 탈권위주의적 처신과 언행은 한국의 정치발전에 꼭 필요한 대통령의 모습임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일부에서 우려하는 탈권위적 모습은 대통령의 리더십이나 국정수행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하면서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말과 퇴임후의 상황들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경태 <대구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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