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시간과 공간속에서 지각 가능한 현상은 크게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이다. 춘하추동의 4계(季)마다 나타나는 형형색색의 자연현상은 무언으로 우주의 섭리를 일깨워주며 인간의 상호관계속에서 형성·유지·발전되는 공동체인 사회에서도 다양한 현상들이 분출되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4개월여 동안 우리 사회에 제기된 대북송금 특검제, SK글로벌 문제, 두산중공업노조 파업, 화물노조 파업, NEIS 시행문제, 북한핵 문제, 이라크 파병, 철도노조 파업 등을 보더라도 사안마다 현상주체간의 명분과 실리의 딜레마로 심한 정책혼선이 발생하였음은 이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사회현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시각이 천차만별이며 해법 또한 천양지차이다. 다만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의 잣대가 서로 이율배반(antinomy)적이라 할지라도 그 귀결은 항상 사회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하위 부분들이 효율적으로 자기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조정함으로써 전체로서의 사회가 공동선(common good)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 공동선을 달성하는데 있어 최종적 책무를 지고 있는가?
다름 아닌 정치적 리더의 몫으로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다.
비록 정부출범 초기이기는 하나 제기된 사회현상들은 하나같이 난마처럼 꼬이고 얽혀있다. 노 대통령의 새로운 시각과 해법이 필요하다 하겠다. 노 대통령에게 한국 사회현상에 대한 바람직한 접근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히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노 대통령은 엄격한 법치주의에 의거, 사회의 부분과 전체를 함께 봐야한다. 대한민국은 분명 특정계층, 특정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감성과 온정으로 부분만 보는데 집착하는 대통령이라면 이는 집단이기주의의 포로에 불과하며 대다수 국민의 의사(意思)에 반(反)한다.
둘째, 개혁의 초점을 국민통합이라는 큰 틀에 맞추어야 한다. 특히 동서통합의 추진에 무게중심을 실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고착화된 현실은 절단된 남북분단과 쪼개진 동서분열이다.
셋째, 노 대통령은 자신의 코드(code)만으로 문제를 풀려하지말고 국정운영의 시스템(system)으로 풀어야하며, 시스템의 작동원리를 총리중심의 내각에서 찾아야 한다. 권력쟁취와 권력운영은 본질적으로 별개임을 자각하고 동일코드 위주의 측근정치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전근대적 권위주의 정치, 사회체제는 과감하게 허물되 합법적 권력으로서 대통령직의 권위는 스스로 세워가야한다. ‘깽판’, ‘개판’, ‘성질 한번 보여주려 했다’,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 는 등의 개인적 강짜는 현안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섯째, 노 대통령은 편협하고 경직된 언론관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신문을 안 보면 세상일이 다 잘 되어간다’는 주장은 공인(公人)의 오만과 편견으로 절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은 사회의 소금이며 당당한 제4부다. 대통령은 언론에게 지속적으로 정책노선을 제시하며 제시된 정책노선은 비판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마지막 여섯째, 노 대통령은 5년의 임기 동안 시종일관 정직하고 청렴한 자세로 진실을 통치수단으로 하여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 두 번 다시 재산상의 투기의혹 문제로 불신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제16대 대선 직후, 국민은 “21C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으로서 선거에서의 지지자는 물론 반대자 모두를 끌어안고 가는 대통령이 될 것” 이라는 당선 제1성(聲)을 들은 바 있다.
대통령직의 초심을 임기 끝까지 견지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국민에게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는 대통령이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성영석 <경상북도의회 자치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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