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군가가 포항에 세가지 기적이 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그 하나는 포항제철이고 둘째는 포항공대, 그리고 셋째는 방사광 가속기라는 것이었다.
지난 7월3일은 세계적인 철강 그룹 포스코가 영일만의 포항제철소를 준공한지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용광로에 불을 지핀 후 모두들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아침 용광로에서 시뻘건 쇳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감격스럽게 바라보았던 것이 30년전 1973년의 일이다.
당시 연간 100만톤의 철강 제품을 생산하던 포스코는 현재 생산량 3000만톤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필자가 미국 유학 시절 한 방에 있던 멕시코 학생이 “우리나라는 철광석과 기름이 제철소 옆에서 생산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포스코만큼 질 좋은 철을 값싸게 만들지 못한다”고 탄식하는 것을 들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바로 일을 만들고 일을 하는 사람의 차이가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모든 일에 있어서 우수한 인재와 그 나라 국민의 근면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그 중요성이 지나치지 않는다. 80년대 초반 그 당시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 회사였고 지금도 그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
한편 과학과 기술 분야의 소수정예교육을 목표로 하는 포항공대는 연구중심대학으로 1986년에 출범하였다. 산업의 기본재인 철을 만들어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출발. 성공한 포스코가 이제 인재를 양성해 국가에 보답하고자 대학을 설립하게 되었다. 초우량 기업인 포스코의 지원과 설립자의 비전이 오늘의 포항공대를 있게 하였으며 개교한지 17년째를 맞이하는 지금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86년 귀국해 학과의 1호 부임 교수가 된 필자는 부임 이후 상당 기간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서울의 부모님 댁에 가면 동네 아주머니들로부터 “그 공부 잘한다던 애가 어찌 갈데가 없어 포항에 갔느냐”는 이야기도 들었고 서울의 타 대학 동료 교수들을 만나면 “한국의 MIT가 되겠다는 대학이 한, 두 개가 아니었잖니. 큰 기대하지 말고 서울에 자리가 나면 빨리 올라와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21세기를 맞이하는 지금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한 구석에서 포항공대는 외롭게 제 역할을 다 해내고 있다. 대학은 한마디로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곳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중요하며 이에 밑바탕이 되는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총칼로 싸우는 시대가 아니라 기술 경쟁력으로 싸우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연구중심대학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MIT 모델이나 Caltech 모델 등이 포항공대가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제시되기도 하고 고유의 포스텍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고 언급되기도 한다. 개교 이래 이제까지의 시간이 포스텍 모델이나 포스텍의 특징을 확실하게 정의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좀 더 연륜이 쌓이면 세계적으로 훌륭한 대학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영일만 최초의 기적인 포항제철은 이후 그 성공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기적을 이곳 포항에서 이루었다. 하지만 포스코나 포스텍 그리고 경북, 포항의 앞날이 장미빛 일색만은 아니다. 우리는 도처에서 도전과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우리의 여건은 과거의 성공에만 안주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꼭 필요한 지방화 시대, 이제 지방의 발전없이 나라의 발전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이는 또한 지방의 특성화와 경쟁을 의미하며 각 구성원의 분발을 필요로 한다. 그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지만 포항에서의 세가지 기적이 이야기하듯이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 우 <포항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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