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화 중에 북핵문제는 빠지지 않고 회자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줄곧 화젯거리가 되어 온 것이었기는 하지만, 최근 이라크전 이후 국제사회의 변화에 편승하여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핵개발과 관련한 북한정부의 위험한 장난은 출범초기의 김영삼정부를 무척 힘들게 하였고, 그것은 한·미간의 공조관계까지도 상당한 난관에 빠뜨리게 하는 요인이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김영삼정부 집권말기 경수로 건설의 합의로 핵문제는 수면이하로 내려가는듯 하였다. 그 후 김대중정부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햇볕정책)을 표방하고 나섰고, 일정이 다소 지연되기는 했지만 경수로 건설도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갔으며,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도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포용정책의 추진으로 북한의 핵개발은 거의 동면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대중정부 집권후기에 부시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문제는 다시 꼬여들기 시작하였다. 부시행정부의 대북강경정책, 핵을 보유하지 못한 이라크의 패전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 등에 따른 북한정부의 위기감 고조가 핵개발 재추진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9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유례없이 북핵 문제를 자세하게 보고·설명하였고, 참석의원들과의 질의·응답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추진중에도 이루어졌고 그러한 것을 김대중정부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면 북한이 핵개발과 보유를 원하는 궁극적 이유는 무엇일까? 이라크의 후세인이 멸망하는 것을 보았으면서, 핵개발 추진을 표방하면서 미국과 타협하려는 북한의 속셈은 어떤 것인가?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안보·국익과 어떤 관련성이 있겠는가? 등등 화두거리는 다양할 것이다. 추론컨대 북한의 핵개발과 보유는 국가존립목적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 북한의 경제·사회체제는 지구상의 어느 국가 어느 시대에도 볼 수 없었을 정도인 최악의 상태로 자립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핵개발추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 또는 흥정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나타나고 있고, 동시에 그것은 국가의 정책목표이기도 하다. 사실 북한의 국토면적은 우리보다 조금 넓으나, 평지보다는 산지(山地)가 더 많고, 인구는 우리의 절반 조금 넘어 여유는 있으나, 폐쇄된 정치체제로 유지되고 있고 현대화되지도 못하였다. 따라서 이런 제약요건을 뛰어넘기 위한 방편으로 핵카드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열린 제 11차 남북장관급회담이나 북·미대화 등에서 우리에게 외면적으로는 자신감 있는듯이 보여주는 자세들도 그 기저에는 핵개발 추진과 보유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과 보유는 우리의 안보나 대북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가장 현실적·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국가는 바로 우리 뿐이라는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는데, 그런 교류를 통하여 실리를 꾀하려는 것과 핵개발 추진은 그 궤를 같이 한다.
한편 우리가 북한문제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점은 국제법상으로 엄연한 별개의 독립국가이고, 더구나 6.25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당사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전략에 끌려 다니지 말고, 적어도 정치·외교 분야에서만큼은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하여야 한다.
끝으로 북한정부의 핵개발 추진은 종국적으로는 자멸로 갈 개연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건전한 일원이 되길 바란다.
이 학 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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