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라함은 보존가치가 있는 유형, 무형의 문화자산을 말한다. 요즈음에 들어서 재보, 재산의 의미가 강한 ‘재’ 대신, 선조가 남기고 후손에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법에 규정된 명문으로는 여전히 문화재이다. 관련법도 문화재보호법이고, 그 종류를 명시할 때도 유형, 무형 문화재이다.
문화재의 가치는 재물적, 경제적 잣대로만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기관에서 이를 부채질하는 예가 있다. KBS 국영방송에서 진행하는 ‘진품명품’ 프로가 바로 그것이다. 감정 의뢰된 서화, 도자, 가구 등의 ‘골동품’에 대하여 몇사람의 전문가가 진위여부와 가치를 해설하고, 값을 매기는 프로그램이다. 수년전 한국고고학회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방송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에 도굴된 것이 분명한 고분 출토 토기와 금속제품 등이 소개된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도굴 문화재가 출연(?)되는 일은 없어졌지만, 높은 시청율과 세속적 인기를 내세워 프로그램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일반시민에게 문화유산을 소개·설명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으로서 계몽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값을 따져 자칫 재물로서만 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들 문화재라 함은 국보·보물·사적 등을 비롯하여 국가나 지방자체단체가 지정한 문화재만 알고 있다. 일반시민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행정 공무원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어 건설개발과 문화재 보존 행정에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개발과 건설 예정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게 되어 있다. 환경영향평가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환경과 공해문제만을 떠올리고 문화재 항목을 포함한 인문환경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영향보고서를 보면 서해안 ‘새만금’간척지 공사처럼 자연생태 환경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여 문제가 되는 예가 많지만, 이미 지정된 문화재를 중심으로 언급하고 비지정문화재 현황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보고되지 않아 문제가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매장문화재는 땅속에 묻혀 있는 문화재로서 발굴되지 않으면, 그 존재여부와 가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비지정문화재이다. 충남 부여 능산리의 ‘백제금동용봉문대향로’처럼 초국보급이 찾아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상당한 자료는 기록으로 전하지 않는 과거 문화와 역사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건축과 시설물 설계가 완료되고, 시공하는 단계에 가서야 비로소 매장문화재 조사에 착수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매장문화재가 찾아지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아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왕왕이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발굴조사가 완료된 후 비로소 사적지로 지정 보존된 경주의 경마장 예정부지이다. 대구에서는 월드컵도로 공사중에 경산의 옛 사직단터가 드러나서, 도로노선을 재설계하는 경우가 있었고, 경산에서는 임당, 조영동 고분군 지역에 토지구획정리 개발사업이 10여년 이상 지연된 경우가 있었다.
문화재에는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정하지 않은 비지정의 문화재자료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매장문화재로서, 금전으로 환산할 때 전혀 보상될 수 없다 하더라도 백년도 채 못가는 경제적 개발 이익과는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문화유산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도 우리 민족만이 아니라, 인류전체의 문화유산임을 널리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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