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게이트에 관련된 정치자금 문제가 화려하게 전면을 장식하는 신문과 방송 내용은 선량한 다수 시민들을 화나게 한다. 카드 빚에 쪼들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자식을 아파트 아래로 밀어 던지고 투신한 어머니의 죽음과 유행처럼 번지는 가난으로부터의 도피처인 죽음은 지켜보는 다수 시민들로 하여금 상실감의 차원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외국 언론이 또 다시 한국을 ‘부패공화국’이라고 비아냥거리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 수립이후 모든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부정부패 척결을 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제도를 통한 각고의 노력을 하였다. 부정축재자 처벌법, 공직자재산등록 및 공개제도, 금융실명거래제, 공직자윤리법,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제도, 그리고 이런 관련 법과 제도를 종합하여 「부패방지기본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제도가 있었음에도 한 때 한국은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갖기도 했다. 국제투명성위원회가 조사하는 부패인지지수를 보면 한국의 부패정도는 조사 대상 80여개 국가 중에서 해마다 거의 중간 이후에 위치하고 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대만, 일본에 비하여 부패의 정도가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누가 언론을 장식하는 저 사람을 향하여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누가 부패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있을까?’ 라고 한다면 한국인들 중에서 과연 누가 자신있게 나설 수 있을까?
부패는 정치인이나 경제인만의 것이 아니다. 능력의 과다와도 무관하다. 부패를 ‘공익과 관련하여 사익을 우선시하는 행위’로 본다면, 한국인은 누구나 자신의 능력만큼 부패한다.
환경미화원이 담배꽁초를 하수구 구멍으로 쓸어 넣는 행위는 자신의 능력에 맞는 부패 행위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소매상의 능력에 맞는 부패 행위다.
힘있는 정당의 고위당직자가 수십 억 원을 수뢰했다면 이 또한 자신의 능력에 어울리는 부패 행위를 한 것이다. 누구를 나무라고 누구를 탓할 것이 못된다.
부패는 잡초와 비슷하다. 잡초는 적당한 공기와 물과 양분이 있으면 어디든지 무성하게 번식하며, 끊임없는 제초 작업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돋아난다.
부패 역시 사람과 일과 자금이 있으면 어디든지 다양한 형태로 끈질기게 발생한다. 잡초 제거를 위해서는 강력한 제초제와 특수한 재배법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듯 부패 방지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제도와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강력한 의지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1일 오전 11시. 대통령이 특별회견을 통하여 ‘정치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대선자금 문제를 해결하여 정치발전의 전기를 마련하자고 제안하였다. 적극 환영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길 기대해 본다.
‘정치란 다양한 사회현상 중의 하나일 뿐이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하다’라는 것이 선진국이라면 한국은 후진국임에 다름없다.
후진국에서의 통치권자의 마음은 개혁과 변화의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 정당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대통령 자신이 대선과 관련하여 모금한 돈이 있다면 이를 소상히 밝히고, 국민투표를 통하여 신임을 묻겠다는 결심도 필요하다. 대통령이 앞장선다면 정치권과 국민이 따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 개개인도 스스로의 부패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부패공화국의 오명, 하루 2끼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카드 빚에 쪼들려 자식과 함께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모정, IMF때 보다 더 쪼들리는 가계 생활에 울분과 분노를 참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서민 생활. 참여정부가 종식시키지 못한다면 또 어느 정부에게 기대할 수 있을까?
한 태 천 <경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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