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포항 지역에서 혁신 주체들 사이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바라보면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부 일각에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혁신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되면서 포항은 그 어느 곳보다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정작 이곳에서는 단결은 커녕 서로간의 파멸적인 갈등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을 비롯한 외부인들은 포항을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 혁신의 조건이 비교적 잘 갖추어진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지역혁신 전문위원인 필자는 서울에 갈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위원회 관계자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포항이 먼저 솔선하여 모범을 보여야 우리나라 지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외부에서 바로 보는 포항의 모습은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비록 기초단위의 시군에 속하고 있지만 포항에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인 포항공대가 있고, 세계 1,2위를 다투는 포스코라는 거대 기업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현재 산업자원부는 광역 단위에서만 테크노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포항에서는 기초 단체가 스스로 포항 테크노파크 사업도 추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같은 종합연구소인 포항산업기술연구원(RIST)이 포항공대 옆에 붙어 있으며, 인구가 50만이 넘어 중앙에 준광역시로 대접해줄 것을 요구할 정도이니 이만한 도시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포항의 내부를 살펴보면 사정은 그리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포스코는 포스코 역사관 개관식에서 보여주었듯이 영일만 기적을 이끈 주역의 범주에서 포항의 역할을 폄하시키는 측면이 없지 않으며, 포스코의 이런 고고한 태도에 대해 포항시민들의 감정도 좋은 편은 아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송도 백사장 유실에 따른 보상 문제가 불거져 나와 포항 시민들과 포스코 사이에는 더욱 깊은 감정의 골이 패이고 있다. 포항시장이 포스코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표출한 것도 보기에 결코 좋지 못하고, 테크노파크 문제와 연관되어 포항시의원들이 포항시장에게 퍼붓는 발언 또한 들어주기 민망할 정도다.
포항공대 교수들과 재단, 포스코 사이에 갈등이 요즘처럼 심화된 적도 없었다. 이렇게 서로들 이전투구해서야 중앙 정부가 현재 지역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해 요구하는 지역혁신협의체나 제대로 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포항공대 교수들은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을 혁신시키는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지역 발전을 위해 자신이 개발한 첨단 지식을 이전하는데에는 인색하다. 대전 및 충남 지역민들이 대덕 연구학원 단지의 역할에 대해 냉소적이고, 광주 및 전남 지역민들이 광주과기원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포항공대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눈도 결코 애정이 어린 눈빛은 아니다.
이들 연구교육기관들은 모두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들이 속해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지역에서 이들 기관들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전혀 느낌이 없다. 지역이 합쳐지면 국가 전체가 되는 법인데, 지역 따로 국가 따로 존재하고 있다.
지금 지역민들은 물론 기업체, 대학, 연구소, 지자체를 포함한 포항의 혁신 주체들은 자신들에게 놓여있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포스트 철강 시대를 준비하며 포항의 미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내년으로 다가온 선거를 위해 지역 내의 해묵은 갈등 구도를 다시 이용한다거나 30년 동안 지속된 타성에 젖은 기업문화에 안주해서도 안되며, 만성적인 학내 분규로 혁신 에너지를 소진시켜서도 안된다. 서로 간의 갈등의 골이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깊다 하더라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극한투쟁을 불사하더라도, 판만은 깨지 말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해와 협력을 위한 여지는 남겨놓자.
임 경 순 <포항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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