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아름다운 詩가 있고 그 詩를 노래할 수만 있다면 그는 하느님의 넉넉한 그늘 속에 있는 사람이다.”
자기가 믿는 종교의 독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의미있는 말로서 언제나 필자의 마음 안에 간직되고 있는 소중한 말이다.
이상열 시인도 이런 말을 했다.
“우리의 삶 속에 브람스를 흐르게 하고 고갱을 그리는 그런 여유와 격정을 채운다면 어떨까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의 여유를 가지면서 그 공간 속에 아름다운 음악이 메아리치고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진다면 그 삶은 참으로 아름다운 삶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그래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부르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詩를 좋아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도 아침이면 바닷가로 나가서 시를 노래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내 삶에 한가락의 멜로디가 있고 흥겨운 리듬이 있다면 그것은 곧 살아있는 삶이다. 나의 인생에 한 편의 시가 있고 그 시를 노래하는 삶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가 있다. 이해인 수녀님의 서시(序詩)다.

“당신을 위한 나의 기도가/그대로 /한 편의 詩가 되게 하소서
당신 안에 숨쉬는 나의 매일이 /읽을수록 맛드는 /한 편의 詩가 되게 하소서
때로는 아까운 말도/용기있게 버려서 더욱 빛나는/한 편의 詩처럼 살게 하소서”

시는 간결하고 상큼하다. 그러면서도 짧은 단어 속에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신앙인들이 끊임없이 추구해야할 가난함이 베어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하다.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필자는 성직자로서 살면서도 이런 삶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 같아 부끄럽고 마음이 아프다.
나의 삶에는 왜 이리 군더더기가 많은가? 나의 마음속에는 왜 이렇게 많은 것들이 들어있을까? 모든 것을 다 털어 버리고 ‘한 편의 詩처럼 살고 싶다.’
며칠 전에 무서운 태풍이 우리 한 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도무지 놓을 줄을 모르는 우리들의 욕심에 철퇴를 가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많은 나무 가지들을 부러뜨리고 사람이 만들어놓은 많은 것을 뒤집어 놓거나 날려버렸다.
우리의 마음을 비우고 놓을 것은 놓아야 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이제 곧 가을이 온다. 자연은 가을 채비를 하고 있는 모습니다. 가을은 또 겨울 채비를 할 것이다.
자신의 몸에서 여름내 키워온 잎들을 떨구게 될 것이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여름보다 더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가을은 한 닢의 잎사귀를 떨어뜨리면서 한웅큼의 詩를 토해낸다고 한다. 모든 잎들을 털어내고 앙상한 모습의 겨울 나목(裸木)이 아름답다고 했다.
보낼 것은 보내고 버릴 것은 버리는 용기가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한 편의 詩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 성 대 <죽도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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