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데 행정기관에서 허가를 안 내줄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최근 포항시 북구 신광면 안덕 1리 마을에 지분(종이가루)공장 설립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완강히 반대하면서 마찰을 빚자 포항시 담당 공무원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대응논리다.
여기에는 농촌지역에 중소기업을 유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하기 좋은 포항의 이미지를 심는다는 ‘그럴듯한’명분도 깔려 있다.
하지만 법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정기관의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주민들은 지분공장이 설립되면 환경오염으로 인해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 벼 등 농산물에 타격을 입게 되고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산 주민들의 항변이 절실한 이유는 생존권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포항시의 안이한 판단으로 중소기업을 살리려다 자칫 농민들을 죽이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포항시가 내세우는 ‘법적 하자가 없어 공장 설립허가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주장도 대전 유성구청의 사례에서 보면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는 비판을 비껴갈 수 없다.
지난해 대전 유성구청은 개발바람이 거세게 분 봉명지구 상업지구에 러브호텔을 짓겠다는 토지주인들의 요청에 건축허가 유보 결정을 내렸다.
분명 ‘법적 하자’는 없었지만 대학 캠퍼스와 주택가 인근에 러브호텔 난립은 안 된다는 이병령 유성구청장의 안목과 신념에 따른 결정이었다.
토지주인들은 즉각 반발하며 대전시에 행정심판 요구와 함께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전시와 시민단체, 법원도 유성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5월 대전지법은 토지소유주들이 유성구청장을 상대로 낸 건축불허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청소년들의 건전한 인격형성에 방해가 예상된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대전시도 행정심판위원회를 열어 다수의견으로 기각했다.
유성구는 봉명지구에 숙박업소 대신 문화의 거리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포항시는 법적하자만 없다고 되뇌일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으로 공익과 시민을 위한 길인 지를 유성구의 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최만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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