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이 새천년민주당 분당이후 조사한 정당 지지도를 보면 한나라당 27.8%, 새천년민주당 18.3%, 통합신당 11.1% 순이었다. 여기에 노무현대통령의 낮은 정책수행지지도를 감안하면 국민들의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당은 민주정치의 생명선’이라고 했는데 불신을 받고 있는 정당정치가 우리나라의 민주정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새천년민주당이나 패배한 한나라당이 각기 정치개혁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으나 개혁의 방향이나 내용 및 방법에 있어서 새로운 것은 찾아보기가 어렵고 각 당의 내분과 분당으로 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대통령은 광복절 58주년 기념식장에서 행한 기념사에서 향후 “10년 이내에 국민소득 2만불시대로 들어가야 한다”하면서 “동북아 시대와 지방화 시대를 경쟁력 강화전략으로 채택하고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의지를 천명했는데 여기에는 정당도 정치도 예외일수는 없다. 경쟁력 있는 정당정치가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한다. 왜냐하면 정치가 모든 것을 지휘·명령·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에 있어서 한국의 정당정치는 부정과 부패, 오직(汚職), 투표매수, 이권정치, 난투, 당리당략, 파벌항쟁, 이합집산 등등과 같은 추잡한 양태를 나타내고 의회정치·정당정치의 신용과 권위를 여지없이 상실·추락시키면서 정당정치의 바른 길을 걷지 못해 왔다.
오히려 사회 각 분야의 발전과 경쟁력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정당정치는 단적으로 말해서 칼 슈미트(Carl Schmitt)가 말하는‘적과 동지의 구별’이라는 정치개념에 바탕을 두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날의 여야관계는 항상 적대관계이며, 그 사이에 타협이나 상호이해를 한다는 것은 ‘야합’이며 ‘사꾸라’라고 하여 배덕불륜(背德不倫)의 작태로 규탄되어 왔다. 상호비난과 공격 속에서 불안과 혼돈은 계절풍처럼 단속적으로 이어져 왔고 동지가 아니면 적, 흑이 아니면 백이라는 독선과 독주가 판을 쳤던 것이다. 이제는 무분별하고 비생산적인 정쟁은 청산되어야 하며 정치적 불안과 혼돈을 자아내는 요인은 발본색원되어야 한다. 또한 지난날과 같이 ‘링’밖에서 무분별하고 무궤도한 싸움은 시대착오이며 용납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 정치인들은 아직도 과거미망에 사로잡혀 시대정신을 망각, 정치를 투쟁의 장으로 생각하던 권위주의 시대의 사고와 행동을 그대로 지속하고 있다.
오늘날 민주화 시대의 정치는 투쟁의 장이 아닌 관리의 장·조정의 장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관리·조정의 기술과 함께 화합·조화의 예술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국민소득 2만불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오직 관리·조정의 기능과 역할로서 정치이고 그 정치의 중심에 경쟁력 있는 정당이 자리잡고 있는 정당정치라야 한다.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기본 덕목은 경쟁력이다. 우리 정치의 방향도 경쟁력의 제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2만불시대의 정치는 민생정치, 경쟁력 있는 정치, 지역·계층·세대·정파를 뛰어넘는 통합정치가 되어야 하고 이 통합정치는 정당이 주도하는 정당정치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정치개혁, 더구나 당이 정치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경쟁력의 제고에 초점을 맞춰 조직·인물과 함께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그 초점의 기준은 국민전체의 능력을 높혀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하의상달의 정당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다.
즉, 경쟁력 있는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정당정치란 중앙집권적인 조직, 지역연고주의, 가부장적인 지도체제, 권위주의적 상의하달의 비민주적 당 운영으로부터 탈피라 하겠다.
이 경 태 <대구대 사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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