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3분기 소비자 동향 조사결과’에서 지금의 경기상황과 관련한 ‘경기판단 소비자 동향지수’가 43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2분기(45)보다 내려갔고, 이것은 지난 환란(換亂)직후인 1998년 3분기(27) 이후 최저라고 하였다.
위의 지수가 100이상이면 경기가 종전보다 나아졌다고 보는 소비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음을 의미하는데, 지난해에는 100을 넘어섰으나, 올해 들어서는 계속 하락하고 있어 경기침체에 따른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취직원서를 낼 때 ‘로또복권’을 사는 심정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실업문제가 위기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특히 전체실업률 대비 청년실업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경공업·전자업종에서 중공업·자동차 심지어 핵심분야에 이르기까지 해외이전이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기업환경악화와 임금상승 등에 기인한다. 아파트값 상승, 북핵문제, 사오정 오륙도(46세 정년, 56세 월급도둑)이라는 고용구조의 불안정, 경쟁사회에 대한 염증, 더 나은 삶 추구 등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교통상부 자료에 의하면 이민자의 숫자는 1996년 1만2천949명이었고, 2000년 이후 증가하다가 ‘9. 11 테러’이후 급격히 줄었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삼성경제연구소의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이민을 가고 싶다’고 응답한 20·30대 연령층에서 각50.5%, 51%를 차지하였다.
‘캄캄한 한국’ 떠나자, ‘희망이 없다’, ‘한국사회에 지쳤다’, 심지어 ‘한국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이민박람회’장이 북새통을 이루고 해당국 이민상품이 개발되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탈한국신드롬‘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듯 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바로 작년 6월 대∼한민국을 소리 높여 복창하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우리의 현재상황이 아무리 어렵고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한국에 살자.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타국에서의 성공은 보장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더 많고, 설령,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민1세)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인간은 경제적으로 만족한다고 해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정치적 권리, 문화적 혜택 등 비경제적인 만족도의 충족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아무리 능숙하게 현지어를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언어적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기는 힘들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학습된 사회적 행태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적 관습을 익히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생성되는 곡류와 육류를 섭취하여야 장수한다는 주장도 있고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것과 같이 인생의 종말기에 이르면 누구나 귀소본능이 있게 마련이라 역이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찌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뿐이랴. 같이 살면서 잘못된 제도는 고치고, 새로운 사회건설에 힘쓰며, 여러 가지의 사회안전망도 구축하여 한국에서 살자.
물론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각계의 지도층 인사의 환골탈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직하고 노력하는 정부로 거듭나야 할 것이고,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구조도 합리화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者)만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고,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여, 집값 및 부동산 투기를 완전히 뿌리뽑아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국가로 거듭나게 할 책임이 있다.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보자.
이 학 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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