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는 지금 ‘포항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일찌감치 인도차이나반도 공략을 시작해 현지 합작법인을 세운 포스코는 지난해 베트남진출 10년째를 넘기면서 이곳 베트남에서는 신화적인 기업이미지를 심어 놓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포항지역 업체들의 경영현황을 취재하기 위해 포항을 떠나올 때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5개법인이 진출해 있는 포스코외에 다른 포항기업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포스코건설은 이미 호치민시 심장부에 베트남 최초의 백화점인 ‘다이아몬드플라자’를 건축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한국제품이 전시돼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고 한국영화가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
또 포스코건설은 한국정부의’ 총으로 진 빛을 삽으로 갚는다’는 베트남껴안기 프로젝트에 동참해 한국군 격전지에 40여개의 초등학교를 세웠다. 얼마전에는 베트남정부 고위관계자와 앞으로 일관제철소 건설에도 직접 관여한다는 대형 프로젝트에 합의해 놓고 있으며 국내 대형 건설업체와 공동으로 하노이신도시 가운데 78만평 규모의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의향서를 제출해 놓고있다.
INI스틸도 해외영업부문의 매출 증대와 판매력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올해안에 베트남에 신규로 법인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포항의 중소기업인 유니코정밀화학도 지난해부터 포항제철소에 납품경력을 내세워 하노이의 푸카이제철소에 도금전처리제등 수처리제를 직접 수출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도 지난 95년 베트남 빈둥성에 베트남 최초의 농약공장인 ‘코스비다농약공장’을 건설, 벼농사용 살충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며 농업국가 베트남에서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다. 포항의 기업들이 이처럼 빠르게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이웃으로 다가선데는 이유가 있었다.
포스코합작법인이 베트남인들로부터 호감도가 높은 이유중의 하나는 지역사회에 환원할줄 아는 기업이라는 평판이 베트남전역에 잘 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우수사원은 영일만정신을 배우게하기 위해 포항으로 불러 들여 포스코견학 등 한국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현지법인의 임금도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보다 월 50달러나 더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지역 고아원등 불우시설과 자매결연을 맺고 매달 쌀을 지원하고 축구공을 나눠주기도 하는등 베트남의 산업발전 뿐 아니라 포항지역 기업들은 민간외교사절로서도 첨병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베트남에게는 당연히 ‘포항’이라는 한국의 도시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베트남에 투자를 하고 도와주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익을 빼가는 것은 안 된다는‘베트남식’ 논리다. 따라서 외국 기업인들은 사업을 하면서 현지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베풀며 마음으로 다가간 포항의 기업이 성공신화를 조심스레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일 청구권자금으로 영일만에 포스코를 건설하며 한국경제를 부흥시켰다.
이제 베트남도 경제도약을 위해 과거 불편한 기억이 있었던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베트남은 반도국가이자 외세에 여러 차례 침략을 받았다는 점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 닮은 점이 많다. 자존심이 없는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베트남인들은 미국과 프랑스, 중국 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강대국들을 모두 이긴 국민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경제적으로 빈곤해 외국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곧 경제가 회복되면 다른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일등 국민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항상 갖고 있다.
이 같은 베트남은 인도차이나반도의 중심국가로 이들 지역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게는 베트남이 놓칠 수 없는 주요 시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베트남의 상처까지 껴 안는 한국기업, 포항기업의 선전을 기대한다.
베트남 하노이=이한웅기자
star@kyongbuk.co.kr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