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이었지만 중국과 베트남지역에 진출해 있는 포항지역 기업체들의 생산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와서 많은 것을 느꼈다.
왜 우리기업이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정든 산업터전을 떠나야 하는지는 절실히 깨닫을 수 있었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지금 ‘기업 블랙홀’이라는 별칭까지 들으며 많은 기업들이 줄을 서서 몰려가고 있었는데 현장에서야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산업공동화 문제의 해법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문제부터 시작해야한다.
세제지원은 물론 도로, 전기,공장부지 등 기업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쾌적한 풍토를 조성해 주지 않는다면 제발로 찾아오는 기업은 한 곳도 없을 것이다.
그 좋은 사례가 중국의 대련시.
지난 96년 중국 요녕성 대련시에 진출한 포스코 현지합작법인 대련포금강판은 지방정부의 각종 혜택과 전폭적인 지원속에 탁월한 경영성과를 올려 결국 7년만에 연간 200억원이 넘는 세금을 현지에 납세해 대련시의 경영수익에 크게 기여했다.
10월초 대련시를 찾았던 광양시의회와 공무원들은 중국의기업지원시스템을 보고 혀를 내두르고 돌아왔다.
미국 앨라배마주는 현대차를 유치한 후 협력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공장부지 6만여평 무상제공을 비롯 도로개통, 재산세 감면, 무이자 대출 등 422만달러어치의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았다.
우리보다 앞서간 일본도 생산기지가 줄줄이 중국으로 빠져나가자 요즘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중앙정부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까지 단 한곳을 기업이라고 유치하기 위해 자치단체와 의회, 시민이 모두 한마음으로 뭉치고 있다.
멀리서가 아니라 국내에서도 주목할 사례가 있다 .
원스톱서비스체제를 내건 경남 사천시에는 요즘 영국과 스웨덴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물밀 듯이 몰려오고 있다.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
수도권 소재 기업과 외국인들이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 공장이전을 외면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00~2002년 3년 동안 수도권에서 대구와 경북으로 이전한 기업은 전체 이전기업 390개의 5.4%인 21개에 불과했다.
반면 산업단지를 조성해 활발하게 기업유치 활동을 벌인 강원에는 같은 기간 161개가 이전해 전체 이전기업의 41.3%를 차지했고, 충청 104개, 호남 56개, 부산 44개 순이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포항시가 내건 구호는 요란하지만 실제 기업활동을 하는 기업인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여기저기서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이게 뭡니까. 행정관서의 규제는 더 까다롭고 공단 곳곳에 도로는 울퉁불퉁 엉망이지만 고칠 생각을 않습니다. 깨진 가로등이 늘어나는 것은 어제 오는 일이 아니고 밤이 되면 아예 공단 전체가 암흑천지입니다”.
현재의 고객들을 만족 시키지 못하는데 땅값 바싼 4공단을 조성해도 누가 입주하겠습니까?
얼마전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후 철강공단 기업들의 분위기는 더욱 냉랭하다. 폭우로 공장뒷산이 당장 붕괴될 우려가 있지만 시와 도에서는 조사만 해갈 뿐 당장 대책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 몇 년전부터 국내 최대의 산업단지라 불리던 포항에서조차 보따리를 싸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하기 좋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만 자꾸 되풀이해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중국과 일본의 사례들을 金科玉條의 교훈으로 삼아 정말 지금부터는 기업이 살고 지역경제가 사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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