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나름대로의 삶을 균형있게 영위하며 살아간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주어진 삶의 영역이 있고, 그 영역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인간이 어느 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상실해 버린다면 그곳에 공허함이 찾아들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가치한 감정이 공허함 또는 허무 속에 빠져드는 것이라고들 한다. 천하장사도 이 감정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인간됨의 가치를 부여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을 허무와 공허감으로 바라본다면 이미 그 사람에게는 삶의 가치가 상실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현실에서의 자기 가치를 상실하게 되면 더 자극적이고 육감적이고 쾌감적인 방향으로 자신을 몰아넣게 된다.
이런 사람은 단순히 여가 선용으로의 즐김이 아니라, 즐김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고 도박을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얼마 전에 사회적으로 지도층, 부유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자신들의 배우자들을 교환해서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를 하다 발각되어 이슈가 된 일이 있었다. 소위 부부 스와핑이 그것이다.
이들은 “왜 그런 짓을 했는가?”라고 묻는 사람에게 태연하게 “삶이 권태로워서...”라고 대답했단다.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와 도덕과 윤리를 포기하고 비인간적이고 동물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먹기 위해서 일하고, 일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의식주 문제와 노동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의식주 문제가 노동을 열심히 해야만 주어지는 보상의 결과가 아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래학자들은 모든 산업이 자동화되면 인간은 먹고 마시고 성적 쾌락을 즐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지적했었다.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실은 삶의 모든 현장에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동되어 가고 있다. 노동으로 상징되는 육체의 사용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어가고 있다. 노동을 하지 않아도 이제는 먹고 살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 결과 사람들에게는 여가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여가를 선용하는 문제가 개인과 공동체의 과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이미 물질적으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부류에서는 그 여가 선용을 자극적 육체의 쾌감이라는 방법으로 풀어 보려고 하고 있는 것이고, 이왕이면 더 짜릿하고 광적인 그 무엇을 찾아가고자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이 도래되었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의 멸망 이유 가운데 비정상적인 쾌락이 그 하나의 이유였다고 말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쾌락은 인간의 기본 공동체인 가정을 허물고, 그 결과 자녀들의 탈선이 증가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인 불안정은 결국 한 국가를 무너지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고 보면 오늘 우리의 현실을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해서만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가진 자들의 탈선과 이탈은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는 또 다른 허탈감과 상실감을 주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건강해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 가진 자들의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배부르게 먹고 난 이후의 세상이 더 무섭고 겁이 나는 법이다. 사람은 정신이 건강해야만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인다. mens sana in corpore sano.’ 라는 말이 있다. 이번 스와핑 사건은 물질적으로 풍부해 지고,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면서 사회 일각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인 황폐와의 현상이 아닌가 싶다.
이럴때일수록 빈부귀천을 떠나서 육체와 정신의 균형 잡힌 삶을 더 건전하고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배고플 때 보다 배부를 때 인간은 더 겸손해 져야 하고, 자신의 육체와 정신의 균형을 위해 주어지는 여가를 지혜롭게 선용해야 할 것이다.
박 재 훈 <포항강변교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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