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한국경제가 벼랑끝에 서 있다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작금의 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거나 ‘위기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으며, 이러한 한국경제 위기상황의 근본원인으로 정책 부재, 기업투자 부진, 소비 침체 등을 꼽고 있다.
이처럼 국내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상반기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가 그 원인이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고도성장과 더불어 일본, 미국 등의 경제도 점차 성장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 경기불황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소비 침체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꽁꽁 얼어붙었다’는 표현이 지금의 소비심리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지난 IMF 위기때보다 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불황에 따른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실직자들이 양산되면서 우리의 소비 여력 역시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에서 소비가 줄고 이로 인해 물건이 팔리지 않아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면 투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포항지역 경기 역시 수십년 이래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고들 한다. 크고작은 음식점과 의류점 등 각종 업소들이 “전에 없는 불황”이라고 야단들이다.
지난 IMF위기 때의 경우에도 포항지역은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 경제가 나았다고 한다.
실제로 포항지역은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공단의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불황의 여파를 비껴갈 수 있었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독 이번에는 이구동성으로 지역경기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포항지역의 음식점이나 유흥업소가 작년에 비해 더욱 늘어난데도 그 원인이 있고, 지역기업들의 윤리경영 선포에 기인한 바도 있겠으나, 시민들의 바뀌어진 생활패턴이나 위축된 소비의식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금연 열풍의 경우처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폭음과 과식하는 음식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또 주 5일 근무제도 도입에 따라 생활방식도 가족과 더불어 여가를 즐기는 쪽으로 바뀌었다. 과거 금요일 저녁에 회식 등 모임이 잦았으나 주 5일제 도입으로 금요일은 일찍 퇴근해 취미활동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등 여가문화의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로 음식점이나 유흥업소의 영업 일수가 하루 줄어든 결과가 되었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포스코는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회사 내부에서는 법인카드 사용한도와 부서장 간담회비 규모를 9월부터 확대 실시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 문화행사와 사회단체 활동 지원금, 불우이웃돕기 지원금액을 늘리는 등 포항지역내 직간접적으로 소비되는 비용을 대폭 확대시킨 바도 있다. 또한 지난 9월초부터 임원들이 이용하는 본사 11층 식당을 없애고 임원들로 하여금 시내 식당 이용을 권장함으로써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건전한 씀씀이를 더욱 늘리도록 했다.
윤리규범 역시 기존의 불필요한 접대관행을 없애자는 것이며, 회사내 직원들의 화합이나 설비 공급사, 협력사간의 업무적인 관계 형성을 위한 상식적인 수준의 회식 등은 회사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는 건전한 소비문화를 확대해 지역경제를 다소나마 활성화하려는 포스코의 의지가 숨어있다.
필자로서는 부분적이나마 지금의 경기침체 요인이 나라 전체의 전반적인 경기불황과 더불어 시민들의 생활패턴 변화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보고 있다.
불황 터널의 길이가 어느 정도 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건전한 소비문화가 촉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역의 경기가 활성화되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협력과 화합을 통한 상생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박 승 대 <포스코 섭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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