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명색이 전세계가 하나로 묶여져 있는 세계화시대다. 미국이나 유럽이 재채기를 하면 전세계가 독감 콧물을 흘릴만큼 상호의존관계가 깊다.
독자적인 생존공간에서 살았을때는 자기식대로만 살면 족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서로가 밀접히 연계돼 있다 보니 그만큼 생존경쟁도 치열하다. 한마디로 먹느냐 먹히느냐의 정글식 생존 방식만이 있을 뿐이다. 기술과 정보 등 총체적인 지식경쟁에서 상대를 눌러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무한적이고 무차별한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상대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야만 한다. 그 방법이 외국어공부다.
경쟁상대국의 국민성 등 문화를 알아야 하고, 정치를 알아야 하고, 현재의 살림살이와 앞으로의 발전가능성 등 경제의 허실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어야 그들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그래야 우리의 대응전략을 준비할 수 있다. 상대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할 줄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외국어 하나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국민치고 잘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전국민이 국가외교의 첨병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시대의 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는 유용한 외국어 하나쯤은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우리 지자체당국들이나 공무원들이 외국어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걸음마단계에 불과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공무원들이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서 외국어공부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금년만 해도 대구시가 900만원, 서구청이 840만원, 북구청이 720만원 등을 외국어교육에 지원하고 있지만 공무원들 스스로가 배우려는 열의가 부족하고 거기에다 지자체당국의 사후관리까지 부재하다보니 그저 하는 시늉에 그치고 있다. 소중한 국민혈세가 들었으면 감독도 철저해야 마땅하다.
외국어 능력을 일정비율,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것도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 결국 공무원들 스스로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자체당국들의 노력도 허사가 되고 만다. 무엇보다 아까운 혈세를 무의미하게 낭비해서는 안된다. 남이 입는다고 무조건 따라입을 게 아니라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입는 게 옳은 것은 무한경쟁시대의 상식이다. 외국어교육 역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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