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은 예수께서 흑암에 서 허우적거리는 세상을 구하시기 위해서 한줄기 빛으로 오신 날이다. 지극히 높고 존귀한 자리에서 가장 낮고 천한 자리로 임하신 날이 바로 오늘이다.
이것은 곧 무한사랑과 섬김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라 하겠다. 기독교적인 시각을 떠나서라도 그같은 정신은 예수께서 걸어가신 세상에서의 행적을 통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예수께서는 항상 12제자와 구름떼같은 유대민중이 그를 존경하면서 뒤따랐지만 예수께서 언제 한번이라도 그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셨던 적이 있었던가.
오로지 가난하고 힘없고 그래서 절망에 빠진 민중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기만 하셨고, 세상의 어느 스승도 하지 못하는 제자의 발을 씻기기까지 하셨다.
종교를 떠나서라도 이것만으로 우리 모두의 스승이 되기에 충분하다. 되돌아보건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사랑다운 사랑이 있는가. 섬김 다운 섬김이 있는가. 수많은 이웃들이 음지에서 추위에 떨고 있지만 있는 사람들의 손은 더 오그라들고 있고, 마지못해 주는 사랑, 생색내기 섬김 밖에는 보이는 게 없는 것 같다.
오늘도 크리스마스분위기에 젖은 인파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지만 예수께서 몸소 보여주셨던 그 사랑과 섬김의 정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먹고 마시고 즐길 줄만 알았지 사랑이나 섬김은 남의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라면 몇상자 들고가서 사진 찍고 생색내기에 바쁜 일부 속보이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오늘 하루만이라도 예수께서 깨우쳐주신 가르침을 되새겨보며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예수께서는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라고 누누히 말씀하셨지만 오늘 우리는 반대로 나를 남보다 낫게 여길 줄만 안다. 그래서 항상 남에게 대접받기를 바라고 군림하기만을 원한다.
사랑과 섬김은 자기자신을 철저히 낮추는데서부터 온다. 며칠전에는 비정한 20대 아버지가 어린 남매를 한강물에 던져 버렸고, 나라의 운명을 걸머진 정치권은 국민의 삶은 뒷전에 둔 채 당리당략만을 위해 이전투구로 날밤을 보내고 있다. 참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섬김이 없기 때문이다. 다 ‘내가 잘난’ 탓이다.
우리 모두 귀한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신 예수의 거룩한 뜻을 본받아야겠다. 그래서 사랑과 봉사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웃의 상한 갈대들을 생각하는 하루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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