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인사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인사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열씨의 시 ‘개’가 생각난다.

“달밤에 개가 짖습니다. 한 마리가 짖으면 동네 개 모두가 따라 짖습니다.
달은 높이높이 있는데, 개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는데,
무엇인가를 향해 일생동안 열심히 열심히 짖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극히 소중한 것들은, 짖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데.
오늘도 떼로 모여 짖습니다.
복주세요요요요.....”

새해를 맞이하면서 저마다의 소망으로 복을 기대한다. 더구나 작년에는 복권바람이 불면서 ‘인생역전’이라는 새로운 말로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경기가 좋지 않아 생활이 어려운 판국에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요행을 바라는 망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부추겨놓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인생을 열심히 그리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보다는 마치 달밤에 개가 짖듯이 무엇인가를 향해 열심히 짖는 사람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중한 것’들은 짖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들이 소망하는 바가 마치 개들이 짖는 것과 같이 ‘복주세요요요요...’하면서 손발이 닳도록 열심히 빌면서 짖어대는 안타까운 사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더구나 또다시 허락된 한해를 소중하지도 않은 하찮은 것들을 얻느라고 열심히 짖어대면서 나의 소중한 인생의 에너지를 허비하는 해, 지난 날들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해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어느 현자가 제자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새날이 왔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한 제자가 대답하기를 “해가 뜨고 사람과 물체가 눈에 보이면 새날이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랬더니 스승은 “내 눈에 보이는 사람이 형제로 보이면 새날이 왔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새해가 왔지만 정신적이고 영적인 것에는 관심도 없고 여전히 돈이나 물질, 그리고 육체적인 것만을 향하여 열심히 짖어대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새해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기쁨이 되어주는 사람으로 나를 만들 수 있는 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형제로 볼 수 있다면 내 삶이 얼마나 더 밝고 기쁜 삶이 될 수 있을까.
필자에게 금년 새해 인사로 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에게 답장으로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하였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면서 살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내 마음에 사랑을 담고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형제로, 아니 예수님이나 부처님으로 볼 수 있는 신앙인다운 눈을 가질 수 있다면 나는 분명히 작년보다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행복한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 성 대
<죽도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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