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열린 포스코 시무식에서 이구택 포스코회장의 신년사 가운데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을 대목이 있었다.
통상 기업의 신년 사업구상과 임직원들의 굳은 각오를 당부하는 신년사에 이례적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업의 역할론’이 강조돼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회장은 “포항은 물론 포스코가 진출한 세계 곳곳에서 이웃을 돌보고 환경보전에 앞장서는 등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지역 대기업으로서 지역사회에 대한 도리를 하기 위해 올해부터 포항지역의 소외된 이웃에 대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따뜻한’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포스코는 올해 1월부터 포항시로부터 추천 받은 100세대의 불우이웃들에게 매월 30만원씩의 생활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포스코가 재원이 부족한 포항시를 대신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공과금을 못 내고 전기와 수도도 끊긴 극빈층에 대해 수억원을 들여 사랑의 손을 내민 것이다.
사실 그동안 포스코는 포항테크노파크 출연과 환호해맞이 공원조성 등에 수백억원의 재정지원을 해왔다.
그렇지만 이제 외국인 주주가 60%가 넘는 포스코로서는 명분 없는 큰 재정 지출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이제 그들의 슬로건대로 “소리 없이” 더 가까운 곳에서 주변의 이웃을 살피고 환경을 보전하는 일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극빈 계층을 돕는 일은 자치단체의 고유업무이자 의무다. 이 일을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차원에서 함께 나누는 포스코에게도 즐겁게 돈을 쓸 ‘명분’을 줘야 한다. 얼마전 기자는 중국의 대련시에서 인상적인 기부문화를 보고 돌아왔다.
중국 요녕성 대련시에는 ‘사포진 포항제철소학교’와 ‘성태진 포항제철소학교’등 포스코 이름이 들어가는 2개의 소(초등)학교 있다. 당초 포스코가 대련지역에 진출한 후 지방정부에 도와줄 사업을 찾던 중 초등학교 1곳을 지어주기로 했다가 2개교로 늘어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포스코가 전액 부담해 낡은 학교건물을 헐고 새로 건물을 지으려니까 마을 청년회와 공산당조직에서 크게 반발했다. 이유인즉 외국기업이 학교를 새로 짓기 위해 돈을 전액 내는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뭣하느냐는 것이다.
시민과 학생들의 복지와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고유의 몫이므로 당연히 정부와 지자체가 50%는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해 결국 포스코는 1개교를 짓는 금액으로 2개교를 지었고 모두 포스코 명칭이 들어가는 ‘즐거운 기부문화’를 맛보았다.
이렇듯 돈을 즐겁게 푸는 건강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포항시 역시 아직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소외된 시민들에게 곳곳까지 사랑의 온기가 전달되도록 해야 하며 그 다음 기업과 독지가들은 그런 자치단체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또 이웃을 돕는 기부문화는 결코‘빵을 주는’ 행위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빵을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어야 한다. 포항시도 경북 제1의 도시라는 화려한 이미지의 짙은 그늘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는 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것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빵을 사고,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립의지를 불어넣어야 한다.
기부자들이 믿고 기부할 수 있도록 기부자들의 노력이 존중되고 격려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하며, 또한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세금 감면 혜택과 같은 법적 제도적 뒷받침 역시 필요하다.
포항시라는 자치단체와 포스코라는 지역 대기업의 두 손이 얼마전 힘차게 상생(相生)의 악수(幄手)를 나누었지만 이제 서로 각자의 일에 충실하면서 두 손이 서로 마주쳐 지역을 위해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힘찬 박수(拍手)소리를 냈으면 한다.
<이한웅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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