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서 우리 사회에서 가끔씩 심각하게 언급되는 ‘집단 따돌림’, 혹은 ‘왕따’라는 사회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적잖게 매스컴을 통해서 보도되는 바, 왕따 당한 학생(들)이 동료 학생들에 의해서 집단 폭행 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기는 잔인하고 끔찍스러운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이 왕따에 대해서 준(準)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 문제의 본질적인 면을 주목하면서 몇몇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 왕따를 논의하는 시각이 대체로 가해자 쪽보다도 왕따 당하는 피해자에게서 문제점을 찾는다는 점이다. 즉 피해자의 어떤 신체적 특성이, 어떤 처신의 양태가 한 집단에서 왕따 당하기 쉬우냐 등등의 논점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물론 이런 입장은 개인의 보호와 안전을 위한 지혜로운 처방 내지 처세의 방법이라는 점에서 의미로울 수가 있다.
왕따 문제를 논의하게 될 때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소위 왕따를 당할 소지를 가진 사람이 일차적으로 이 문제의 주된 대상으로 상정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왕따 현상의 본질을 논리적으로 추적해 갈때 발견되는 것은, 사회 문제로서 왕따는 피해자 쪽의 어떤 이유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 쪽에서 인위적으로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논거를 요약 설명한다면, 1. 왕따 당할 소지의 사람이 갖는 어떤 특징에 관해서 인데, 사실 이 세상에 특색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왕따 당할 소지가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이다. 2.언급된 데로 소위 <객관적으로> 왕따당할 요소를 갖는 문제의 사람이 실제로 있다고 하자. 그럼에도 문제는 그 사람이 양질(良質)의 집단, 이를테면 교회를 비롯한 고급 종교 집단 속에 놓여질 때는 왕따, 혹은 집단 따돌림 현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소위 양질의 사람들과 양질의 집단에서는 그런 소지를 가진 사람을 오히려 포용과 사랑과 관용이라는 처방으로 감싸버리기 때문에 그것이 “왕따”라는 이름으로 사회문제화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이 왕따 문제의 본질을 바로 이해하고, 또 그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생각한다면 문제는 피해자 쪽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가해자 중심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앞서 제시된 바, 왕따는 피상적으로 이해되고 설명되는 것처럼 어떤 피해자가 고유하게 갖고 있다고 믿어지는 ‘튀는’행동, 눈에 두드러진 신체적 특성에서 문제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한 ‘특색 있는’사람의 약점을 주목해서 그것도 집단적으로 -어떤 경우는 사회 전체가- 공격을 가하는, 그것이 문제의 시초가 된다는 것이다. 분석적으로 본다면, 왕따 현상은 일종의 집단 심리 테러 내지 공격적 심리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왕따 현상을 사회심리학적으로 깊이 들여다보면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 것은 그런 집단 따돌림이 발생하는 사회 즉,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 총체적인 사회의 질(質)의 문제로 이어진다.
왕따의 발생학적 근거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시적으로 생활하는 그 사회가 갖는 사회 심리가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좀 강하게 지적해서 말한다면 병든 사회, 경직된 사회, 다양성을 인정할 줄 모르는 그런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집단 심리 테러라고 해도 좋겠다.
왕따는 흔희 생각하는 바 단순히 인간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심리의 문제다. 사실, 그 치유는 간단치 않다. 그러나 문제의 실상을 바로 아는 것이 어설픈 치유를 쉽게 이야기하는 것에 앞서야 됨은 물론이다.
배 우 순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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