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2004년 갑신년 새해를 맞게 되었다. 이 나라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디로 갈 지 알지 못하는 그런 답답한 심정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우리의 마음은 무겁고 착잡하다. 새해는 산뜻한 기분으로 맞이해서 희망찬 새 설계로 시작해야 하는 법인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과거에는 「대망의 새해」니 「희망찬 새해」니 하는 글귀나 말들이 신문이나 방송, TV에서라도 간혹 보고들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글귀나 말도 찾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사회의 가장 중심에서 부패를 청산하고, 혼란을 막고, 위기를 극복해야 할 정치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정치인도 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도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와 정치인은 국가적 어려움을 해결하기보다는 그 어려움을 조장하고 가중시키는 주역이 되고 있다. 정치불신은 해소되어야 할 절대절명의 우리정치의 과제라 하겠다.
정치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불신의 책임을 져야할 정치인들이 믿음을 바탕으로 한 정직성이 요망된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이 속아왔다. 우리국민에게는 정직성이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덕목이라 하겠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도 결국 정치인들의 정직하지 못한 생각과 말과 행위때문이라 하겠다. 정치인이 정직하게 생각하고 정직하게 말하고 정직하게 행동 할 때 정치인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만연된 정치불신도 해소될 수 있다.
우리 근대 정치사는 협잡과 권모술수의 전시장이였다. 정치인의 뒤에는 항상 뇌물과 비리가 따라 다니게 마련이었고 선거에는 으례 금권과 관권의 동원등 부정이 따라 다녔다. 선거운동 기간 중 난무했던 선심공세와 국민을 위한 공약은 그야말로 선거가 끝나면 그게 누구의 얘기였나 싶을 정도로 망각해 버리고 권력을 통한 이권개입이나 부정축재에만 혈안이 되는 정치인이 적지 않았다. 몇 시간 후면 불법과 부도덕한 사생활이 드러나게 되어 있는데도 정직하게 국민 앞에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는 정치인도 거의 없었다. 오히려 정치적 음해나 탄압으로 호도 하면서 불법과 부정을 은폐하려는 뻔뻔스러움을 보이기까지 하는 정치인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좀체 자기의 잘못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시인하지 않는 나쁜 버릇을 갖고 있다. 갖은 논리를 내세워 자기를 합리화시키고 상대방을 탓하고 비방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장기가 되어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대선당시 불법선거자금이 선거 캠프에 유입됨이 밝혀지자 한나라당에 비해 10분의 1을 넘지 않는다는 논리로 자기측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보다는 한나라당의 불법정치자금을 문제 삼으려 하고 있다.
국민과 정치인·정치인과 정치인·야당과 여당사이에 믿음의 누대가 없이는 정치발전이나 국가발전을 향한 어떤 진전도 기대 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정치인은 모두가 정직이라는 도덕율을 준수해서 믿음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금년 4월엔 제17대 총선이 있다. 보궐선거도 있게 되어있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국민이 바라는 정치와 정치가의 상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정치에 뛰어들고 선거에 나서야 할 것이고, 국민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바른 안목을 가지고 정직을 바탕으로 정치를 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17대 국회는 정직한 정치인으로 구성되고 그 동안 누적되어 온 정치불신을 해소시켜 선진정치로의 도약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선진국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경 태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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