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법 문제를 둘러싸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측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바라본 국민들의 감정은 어떠했을까. 국회의사당 앞 8m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가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바라보던 국민들은 어쩌면 측은하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내가 더없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불쾌하기도 했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시대적 현상으로 치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정부 당국의 편가르기 식 정책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처간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교육부는 유치원 편이고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편이 갈라져 있는 상태다. 양부처가 행정협의는커녕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유아교육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유치원 입장만을 들었을 뿐 어린이집 여건이나 현실을 파악하려고 애를 쓰지도 않았던 게 틀림없다. 이기주의만 부추기는 기성세대들의 모습이 가관스럽다. 대학 동문들인 어린이집 교사나 유치원 교사들이 서로가 편이 갈라져 아웅다웅 모습을 보고 국회의원들이나 정부 당국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가 궁금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당국은 자신들의 정책 잘못 때문이라는 사실을 반성이나 하고는 있을까. 물론 어린이집과 유치원측의 주장이 상당수 수용된체 1차전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까지 엄청난 불씨는 남아있다. 보육정책을 모방한 유아교육법안 통과를 거부하는 어린이집 주장이나 현실성을 내세우며 이 법안의 통과를 요구하는 유치원측 모두의 의사가 존중된 결론이라는 국회측의 설명에는 말문이 막힌다.
총선을 앞두고 표얻기를 위한 정당 이기주의라는 생각에 다달으면 국회의원들이 얄밉게 느껴진다. 이번 사태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모두를 패자로 만들어 놓았다. 두 조각난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밉다. 정부 당국자들은 유아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세 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을 되새겨 보자. 유아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함축시켜놓은 이 말 정도는 알 것이다. 그런데도 유아교사들이 교육에 매달려게 하기는커녕 편가르기 정책 때문에 허탈하게 만들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 때문에 올바른 교육을 할 수가 있을까 스스로 되짚어 본다. 참교육을 다짐하며 유아교사로 임명된뒤 열심히 최선을 다했던 내가 허탈해지는 순간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백년대계의 뿌리심기에 열중했던 내가 한없이 무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아교사가 가장 어렵고 힘들고 위대한 존재”라며 격려해주던 뜻 있는 사람들 때문에 자부심을 갖기도 했던 내가 나약해지려고 한다. 자부심도 무너져 내리려고 한다.
스승의날에도 원장님의 방침에 따라 선물은 물론 꽃 한송이도 사양했던 우리 어린이집 교사들 모두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기진맥진 해진다. 유아교사들이 한심한 정부 정책을 원망하고 있다는 사실쯤은 당국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 앞에서 당당한 교사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내가 무능하다고 느껴지는 이순간 우리 어린이집 현관에 나붙은 하루의 다짐을 새겨본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자”
황 영 애
<어린이집 주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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