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총선이 3개월여 남았다. 선거관련 기사가 신문지면을 넓게 차지한다. 입후보 예정자들의 면면이 지면을 장식한다. 이런 얼굴들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과연 이들이 우리의 정치판을 바꿀만한 인물들인가 하는 희의가 일어나는 것이다. 권력중독증에 걸린 ‘그 나물에 그 밥’들이 아닌가 해서다.
선거때마다 ‘선거혁명’을 외치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뤄진 예는 없었다. 선거법이 종이호랑이로 남아 있고, 처벌이 전처럼 솜방망이라면 선거가 달라질 리는 없음은 분명하다. ‘돈선거와의 결별’을 아무리 외쳐봐도 획기적인 법규의 개혁없이는 공허한 매아리만 돌아올 뿐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질 기미가 보이고 또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대선자금과 관련해서 검찰이 제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고, 국민적 공감대도 그 어느때보다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돈 뿌려서 만들어진 국회의원을 이제 국민들은 국민의 대표로 보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비웃을 것이다.
우리의 정당은 돈먹는 하마에 비유된다. 당원 수가 1백만명을 넘어서는데, 이들에게 당비를 받는 것이 아니고 가입비를 주면서 긁어모은 당원들이다. 이런 조직은 돈이 없으면 붕괴되고,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계속 돈을 풀어야한다. 선거 막바지가 되면 각종 집회가 있는데, 세과시를 위해서는 군중을 동원해야 한다. 그 ‘동원비’가 천문학적 액수이니, 돈 없는 선거는 아예 생각할 수도 없게되고 말았다. 이른바 자원봉사자들이란 이름이 붙은 운동원들에게도 수당, 음식물, 교통편의 등 ‘활동비’를 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 일은 대학생들이나 무직자들의 아르바이트가 되고 있다.
선진국들도 20세기전까지는 돈선거로 심히 타락했었다. 영국에서는 술집에 선거본부를 차리는 일이 다반사였고,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도 유권자 1인당 2갤런의 맥주를 대접했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말 무렵에 이들 나라들은 엄한 선거법을 만들어 타락선거를 척결했다.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를 엄히 처벌했고, 선거끝난후 맥주 몇잔과 식사 한끼를 대접한 죄로 선거무효판결을 받았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연설회를 폐지하고 미디어 선거운동을 확대하고, 정당의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영수증 없는 기부금에 대해서는 준 자와 받은 자를 공히 처벌하고, 비록 사소한 부정 불법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도 삼엄하게 처벌하는 법의 무서움을 보여주어야 한다.
후보자에 손벌리는 유권자도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선거풍토를 만들어가야한다. 선거꾼이 없어져야 선거혁명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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