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의 장서(藏書)들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거나 분실되고 있다고 한다. 경주시립도서관에 따르면 현재 이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적지 않은 책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안타까움을 넘어 심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최근들어 개학이 가까워진 많은 학생들이 방학숙제에 필요한 참고도서를 찾아보기 위해서 도서관을 찾으면서부터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충격적이다.
학생들이 대거 드나들면서부터 주로 위인전이나 생물도감 등이 분실되거나 사진을 오리는 등 필요한 부분만 절취해 가져가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큰일이다.
책 한권의 분실이나 훼손이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장래와 이들에게 맡겨질 이 나라 이 사회의 장래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극단적인 개인이기주의에 국가사회가 휘청거리고 있는 마당인데 자라나는 아이들마저 벌써부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에 가득차 있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함께 향유해야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지키고 보호해야하고 그것이 곧 공공질서인데, 아이들이 이렇게된데는 부모들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가정에서부터 제대로 공공질서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도서관 장서의 훼손은 비단 이 도서관의 경우만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책도둑은 도둑도 아니다’라는 우리 사회에 잠재돼 있는 그릇된 의식이 이를 암묵적으로 조장해왔기 때문이다.
지식에 목마르고, 공부는 하고 싶지만 가난해서 책 살 돈은 없고 그러자니 부득불 훔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학벌·출세지향주의가 책절도를 합리화시켜준 것일뿐 명백히 잘못된 범죄행위이다. 책 든 손이 귀하다는 것은 책 든 마음도 깨끗해야 한다는 말이다.
학생들의 공공장서 훼손행위는 모두가 함께 보고 즐길 줄 아는 시민문화가 이미 초중학교시절부터 비뚤어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좌가 아닐 수 없다. 양심을 내던져버린 사회의 한 단면이라 하겠다.
어른들부터 공공장서뿐 아니라 어떤 책이든 소중히 다루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공공장서훼손행위는 공공질서를 파괴하는 명백한 사회악임을 아이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훼손때문에 한군데 도서관에서 한해 평균800여권이나 폐기시킨다고 하니, 아이들을 올곧게 교육시키면 이 엄청난 자원낭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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