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포항철강공단에서 불황탈출을 위한 업체들의 몸부림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장기간 경기침체에 고유가, 원자재난 등이 겹쳐 지역경기가 말이 아니다.
포항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공단경기도 포스코등 일부 철강업체를 제외하고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콘은 지난해 연말 80여명이나 내 보냈고 다른 업체들도 인원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등 뼈를 깍는 경비절감에 나서는 업체가 상당수다.
삼정피앤에이는 지난해 연말 창립 30주년을 맞아 상징물을 세우려다 기천만원이 든다는 보고를 받고 아예 없었던 일로했으며 올 연초 컬러복사기를 사야한다는 품의가 놀라오자 이 회사 사장은 “지금이 어느 때냐”며 호통쳐 결재서류를 돌려보냈다.
포항제철소 구내 운송업체인 영일기업은 얼마전 부터 직원부인이 직접 따뜻한 밥과 반찬을 마련, 제철소로 들여보내고 있다. 종전 1시간 가량 소요되던 점심시간을 30분 남짓하게 단축, 생산성을 향상시키자는 뜻이 담겨 있다.
공단내 내화물기업인 조선내화의 각오는 더욱 비장하다. 이 회사 김완기사장은 올 초 전 직원들에게 듣기에도 생소한 “DOH” 라는 슬로건을 내 걸었다. 다시 말해 DOH(Double OR Half)는 ‘1인 2역으로 생산성을 높이던지 아니면 인력을 절반으로 줄 일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김사장은 대표이사이자 사업소장, 그리고 영업담당 임원의 역할을 맡아 직접 영업전선을 뛰며 두, 세사람 몫을 하고 있고 공장장도 지원팀장을 동시에 맡아 여러 사람 몫을 감당해내는 등 전 직원이 저가공세로 대시하는 중국업체와 맞서 싸우고 있다.
이처럼 공단에서는 지금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진행 중인데 정작 지역업체를 지원하고 사기를 북돋워 줘야 할 포항시는 오히려 주제 파악을 못하고 갈길 바쁜 기업의 발목을 잡고있다.
얼마전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3문앞 육교에 “경축 특정시 인정 근거 입법 국회 통과”라는 현수막이 내 걸었다. INI스틸 포항공장정문에도 대형 걸개가 걸리고 형산강을 넘어 협력회관에도 포항제철소 협력업체협의회 명의로 특정시 인정근거 국회 통과라는 의미조차 모호한 현수막이 게시됐다. 포항상의에도 같은 내용의 대형현수막이 걸려 행인들의 시선을 한눈에 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현수막들은 모두 포항시의 특정시 입법근거가 국회를 통과한 것을 자발적으로 축하하기 위해 내 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업체측에 확인해 보니 모두 협조공문이 와서 하나씩 메달아 달라고 포항시가 부탁을 했다는 것.
물론 특정시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입법근거가 마련된 것은 축하할 일 이지만 아직 후속 관계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실질적인 특정시의 혜택이 당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포항시는 샴페인부터 일찍 터뜨리기전에 경계해야 한다. 포항의 인구는 최근 3년만에 7천여명이 감소하면서 50만8천850여명으로 줄어들어 2,3년 뒤에는 특정시의 자격이 되는 50만명유지도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시의 예상과는 달리 당장 3월께 공단내 한 중견기업이 본사기능을 서울로 이전할 예정이며 몇몇 업체들은 감원을 추진중이다. 불황의 그림자가 더 짙어 가면서 기업들이 떠나고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 채 기업들에게 손만 내미는 구걸행정은 사라져야한다.
뿐 만아니다. 지난 30일에는 포항상의가 주관한 특정시 인정 근거법안 확정 축하행사가 열렸다. 포항시가 개최협조를 의뢰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행사 시나리오도 주최측이 시로부터 넘겨받은 것이다.
결국 300여만원의 행사비용은 상공인, 기업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부담해야 했다.
현실파악을 제대로 한 지방자치단체가 불황에 직면한 기업들을 포항에서 내쫓지 말고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한다면 지금부터라도제발 가만히 놔달라는 것이 공단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이한웅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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