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배경은 우리나라에서 양반가풍이 살아있는 곳,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이 직접 방문한 고장 경북 안동에, 더욱이 아직도 엄격한 가풍이 넘쳐나는 안동 권씨 가문의 종부가 천방지축이라면!
노래도 유명하고 톡톡튀는-♪저고리 고름 말아쥐고서 누구를 기다리나 ♬-이렇게 시작되는 드라마 ‘낭랑 18세’가 요즘 뜨고 있다.
천방지축으로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공부는 뒷전인 고교졸업생이 조부세대가 맺은 인연으로 세상풍파를 겪어가며 좌충우돌하는 명랑드라마이다.
너무 일본식 드라마에 젖었거나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 안달하다 못해 늘 치고받고 목숨을 거는 연예드라마, 병에 걸린 부인이나 연인을 끌어안고 눈물짜는 드라마, 사실과 달리 음모만 난무하는 궁중드라마를 보기 싫은 사람은 이 드라마를 보면 어떨까.
사랑이야기는 다 그렇고 그렇지만 이 드라마에서 무엇을 얻을려는 사람은 바보이거나 너무 똑똑한 사람이다. 그냥 드라마로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재미있으며 혹시 무엇인가를 느꼈으면 그만이다.
‘낭랑 18세’는 젊음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즉 청춘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18세 무엇이 두렵고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겠는가.
18세 날라리 여고생이 스물여덟살 엘리트 검사와 만나 조부세대가 만든 가치관 속에서 진정한 전통과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것을 만들어 간다.
소재가 다른 진부한 드라마보다는 참신하고 발랄하고 속도감있게 이끌어나간다는 점에서 무척 재미있다. 드라마를 여는 나레이션도 독특하고 여러 가지 한자숙어로 내용을 설명하는 만화같은 장면. 바탕은 전통적이지만 현대화를 가미한 느낌이 곳곳에 듬뿍 담겨있다.
‘낭랑 18세’는 올해 TV에서 가장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MBC ‘대장금’에 정면으로 맞써 20%를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면 대단하다.
시청자들은 신세대 부부 한지혜와 이동건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맛깔스러워 한다. 여기서는 다른 TV에서 어린이들에게 못 보여줄 것 같은 진한 행동도 그렇게 가미하지 않았지만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한지혜의 연기가 볼만한 모양이다.
이 작품은 지난 6월에 한혜진이 같은 제목으로 드라마시티에서 방송한 작품이다. ‘겨울연가’를 쓴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어 대본과 연기력과 연출력이 돋보인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인물들이 자신의 역을 너무 해학적으로 혹은 고전적으로 때로는 현대적인 것으로 끌고 가지 않는, 적당하게 간이 재운다.
천방지축으로 날뛰어도 어느 선 이상 넘지 않고 사려가 깊은 한지혜, 현대적 엘리트지만 전통적이고 합리적이며 절제가 가능한 이동건은 이 드라마를 충분히 살려주고 있다. 여자주인공이 너무 자주 화를 내고 인상쓰고 날뛰는 것이 흠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단순한 신세대와 무게가 넘치는 전통의 적당한 조화와 향기가 있다.
김 긍 연
<미디어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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