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의 사교육경감대책으로 인해 EBS의 수능방송 강의에서 수능시험이 출제된다는 소식에 서점마다 방송교재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컴퓨터 대리점마다 인터넷PC 구입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사교육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오로지 수능방송만 보면 수능시험 준비는 저절로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에 숲이 일렁거리는 것만 볼 뿐 숲 속의 나무가 저홀로 눈물짓는 것은 알지 못함이다. 국가에서 치르는 시험을 방송에서 출제하고 그 방송국에서는 교재를 판매한다면 모든 수험생은 그 방송을 보지 않을 수 없고 그 교재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EBS 측에서는 교재판매를 통해 연간 6백억대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BS에서 수능방송을 강화하는 것은 사교육 경감에서 환영할 일이나 학습교재마저 EBS에서 독점하는 것은 그동안 수험생 입맛에 맞는 제품,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며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시장을 키워온 수능참고서 업계로서는 시장에서 설 자리를 없애버리는 일이다. 수능참고서 업계는 7차교육과정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교재를 신학기를 맞아 팔아보겠다며 동분서주하던 차에 발표된 이번 조치로 의기소침해 있다.
수험생으로서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학별 모집단위별로 수능반영 영역이 천차만별이라 해서 선택형 수능으로 불리는 이번 입시에 맞춰 선택(과목, 대학, 학과 선택 등)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올해 입시부터는 원점수마저 공개되지 않아, 표준점수만으로 지원 대학을 찾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제는 수능방송과 방송교재도 챙겨야 한다. 거기에다가 수능방송 외에 얼마나 더 공부하느냐가 성적 향상의 관건이라는 점에서 수능방송을 분석한 족집게 강의가 뜰 것이라는 생각에 학원가를 기웃거리게 된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실제 사교육비가 유아교육이나 초등교육에 대해서 이렇다할 대책 없이 언제나 수능시험이나 고등학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교육비 규모면에서 고등학교 시장은 중학교나 초등학교의 규모에 비하면 그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나마 수능참고서 시장은 학원에 비해 훨씬 더 규모가 작다. 정말로 중요한 사교육비 문제는 유아 초등시장에서의 선행학습 내지는 과열 과외 문제인데도 수능시험과 입시제도를 거론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정부에서는 정확한 입시정보, 진로정보, 수능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주는 선에서 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수험생들이 대학 선택, 진로 선택에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대학에 대한 상세한 정보, 학과에 대한 심층정보, 학습방법에 관한 정보 그리고 진로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각급 학교의 교사들을 통해서 제공해줌으로써 서서히 공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아름답고 용감한 미래의 동량들이 바른 품성과 높은 실력을 함양하는 데 EBS뿐만 아니라 수능참고서 업계도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교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동등한 참여의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정한 방송에서 국가시험이 출제되고 그 방송사에서 만든 교재가 시장을 휩쓰는 것은 출판업계의 공정한 경쟁 원리를 해칠 우려가 있다.
김 택 상
<교육입시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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