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입법, 행정, 사법부에 이어 제4의 권력이라고 한다. 특히 방송은 파급력과 영향력 면에서 신문의 그것을 뛰어넘는 여론 형성 루트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방송의 막강한 힘을 함축하는 말이라고 하겠다. 그만큼 방송의 사회적 책무는 막중하다.
그런데 국내 방송은 과연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답은 아니라고 본다.
작금의 탄핵 정국에서 우리 방송들의 보도 행태는 국민을 너무도 헷갈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선봉에 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주한 미국상의 회장을 지낸 제프리 존스는 대통령 탄핵은 한국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로 진일보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표적 기업이랄 수 있는 시티은행, GM은 우리경제를 낙관하고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사는 탄핵이 가결된 후 방송사들을 비롯한 국내 언론의 호들갑에도 우리경제에 대해 ‘안정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물론 이런 태도에 대해 친미 성향이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그런데도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탄핵 정국에 보여준 행태는 공영방송이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지 않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KBS는 탄핵 가결후 ‘검은 금요일’, ‘국가 신인도 추락’, ‘전군 대비태세 강화’ ‘경찰 비상근무’, ‘노사모 회원 분신’ 등 극히 부분적인 그것도 부정적인 면만 집중 부각하고 있다. 증시 추락은 탄핵이 일부 영향을 준 측면도 있었지만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우리 증시도 동조한 상황이었는데도 방송은 이 부분은 빼고 탄핵에만 포커스를 맞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방송의 호들갑은 월요일 증시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불과 사흘만에 거짓으로 들통나고 말았다. 시장은 물론 경제학자들조차 우리 경제는 이미 정치가 좌지우지할 단계가 아닌,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반대 시위도 화면으로 봐서는 불과 수백명 정도에 불과한 것 같은데 이상한 각도에서 카메라를 들이대 시위 군중을 많아 보이게 애쓰는 흔적이 보였다. 과연 그것이 대부분의 국민들의 목소리인지 묻고 싶다.
특히 KBS는 국민이 시청료를 내는 공영 방송인데도 국민 여론을 건전한 방향으로 선도하기는커녕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해괴망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탄핵이후 KBS는 TV만 켜면 드라마를 빼고는 거의 하루종일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편성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 많이 든다.
탄핵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결정했고,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져야 하는데도 방송들은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마치 자신들이 사법기관인양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자신들의 의도대로 여론을 몰고 가고 있다. 심지어 일부분에서는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본질을 왜곡하고 재단하는 것은 월권이요, 사법부보다 우위에 서려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알기로 KBS는 국민이 시청료를 내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이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시청료가 없어질 것이고, 이는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이런 괴변이 늘면서 KBS 내부에서조차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이 국민을 가르치려 한다’는 반성의 소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세계적인 공영방송인 BBC조차 이라크전때 보여준 단 한 건의 잘못된 보도 때문에 시청료를 폐지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방송은 사회적 공기다. 국가나 정부 투자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방송은 주인을 찾아 국민에게 돌려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불편부당하지 않은, 제대로 된 여론 형성창구로서의 방송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최태정(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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