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떠나 외국의 낯선 도시에 머물 때마다 포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차분한 상념이 떠오른다.
더욱이 ‘불황 무풍지대’로 알려진 포항이 요즘들어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어 이번 취재길에는 포항경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한마디로 포항이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경제의 파이(pie)’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포항은 지난 30여년동안 포스코의 성장과 힘입어 많은 경제적 도약을 누렸지만 이제 철강도시로서 ‘포항의 變身’이 필요할 때다.
포스코는 이제 고로 등 대형 설비증설이 마무리된 데다 최근 중국 등 후발철강국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마치 포스코가 과거 미국과 영국, 일본 철강업체들을 탁월한 원가경쟁력으로 따돌렸듯이…
벌써부터 기업이 떠나고 인구도 줄고 있다. 더 이상 돈과 공장, 사람을 끌어 올 매력적인 호재도 준비돼 있지 않다. 이제 첨단과학도시, 천혜의 관광도시로 눈을 돌려 경제성장의 파이를 확실하게 키워나가야 한다.
관광객들이 포항을 찾아와 먼지만 털고 떠날 것이 아니라 돈을 쓰도록 ‘머무는 관광’을 유도하기 위해선 우선 대대적인 관광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체류형 관광이 되도록 국제규모의 특급호텔건립 등 인프라확충이 시급하다. 골프장이 많이 들어서지만 관광객들이 잘 곳이 없다. 연말이면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완공돼 많은 관광객들이 몰릴 것이라고 떠들지만 손님 맞을 준비는 아무것도 돼 있지 않다.
당장 국제물리올림피아드가 코앞에 다가왔고 세계해병대축제가 준비돼 많은 외국손님이 몰려오지만 여름철 평균 결항률 30%대의 공항현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포항에 자랑할 만한 호텔이 있다면 3,4일간 머물며 △울릉관광 △울진·영덕투어△ 포스코·테크노파크·포항공대등 과학테마 투어 등 ‘체류형관광’이 가능하다.
동해안 시장군수들이 모여 밥한끼만 먹고 헤어질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관광객유치 연계프로그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돌파구는 전시회의장의 확충.
기자가 머물고 있는 이 곳 프랑크푸르트는 반면교사의 사례. 10년전 인구 30만명의 이 도시는 사람이 떠나면서 황폐화가 우려됐지만 연중 국제회의로 인구가 40만명으로 늘었다.
컨벤션센터임대료만 연간 3천600억원에 이른다. 물론 연관된 관광수익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 모든 것이 수십년동안 막대한 투자를 했기에 가능했다. 전시품의 운반을 위해 별도의 철도까지 부설된 프랑크푸르트의 사례는 음미해 볼만하다.
고급 숙박시설의 건립, 바이어나 관광객들이 즐길 위락시설과 문화공간의 확충은 포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이것은 철강 일변도의 제한적인 경제 파이를 지닌 포항이 다핵(多核)적 파이 키우기에 나서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더 늦기 전에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이한웅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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