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간의 고속 철도가 개통되었다. 우리 포항지역에서는 아직은 예고편에 불과하지만 올 연말에 대구-포항 사이의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몇 년 후 고속철도의 경주노선이 개통되고 나면 우리 포항지역에서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지역내의 한 대학에서도 이에 대한 세미나가 열려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교통이 좋아지면 관광산업 등은 활성화 될 수 있겠으나 단순 유통산업이나 서비스 산업들은 오히려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한다.
교통이 편리해 지면 우리 지역민들은 더 이상 우리 지역 업소의 봉이 되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타 지역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되면 오전에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로 가서 옷도 사 입고, 책도 사고, 영화도 보고 나서 오후에 집에 오면 되니, 지역 내에서의 소비가 줄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로 인하여 가뜩이나 어려운 포항 경제에 더 주름살이 지지나 않을까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다. 고속 전철로 지방화 시대를 연다고 하는 것은 헛구호일 뿐 오히려 서울 경제권에 전국이 예속되는 결과를 빚을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그 동안 실제로 우리는 우리 지역 내에서만 서로 경쟁하며 다소 안주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서울 등 대도시의 대형 가게, 대형 업소등과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에서 탈피하는 방법은 지역 내 여러 업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화와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의 강화만이 유일한 대안일 것으로 생각된다. 대형화를 통한 경쟁은 도시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무모한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도 마찬가지이다. 이제까지도 많은 환자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곤 했지만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금만 몸이 아파도 대도시 병원으로 가는 경향이 심해질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 지역병의원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료도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전문화와 특성화를 통한 의료수준의 향상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된다. 다행히 우리 포항지역 병원들은 어려운 환경 가운데에서도 지난 수년간 많은 발전을 이루어 내었다. 최신 의료장비의 도입도 최근 급격히 이루어져 왔고, 몇몇 병원은 인테리어 작업도 새로 이루어져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게 되었다.
의료영상저장장치 (PACS), 처방전달시스템 (OCS) 등 병원의 디지털화도 다른 지역보다도 더 빨리 이루어진 편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의료의 전문화 작업이 상당히 이루어져 각 과별 진료 수준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병원에서 의료 역량의 집중화를 통해 전문 센터들을 열고 발전시키고 있다. 심장센터, 수지접합센터, 비뇨기센터, 정신보건센터, 뇌신경센터, 여성검진센터 등이 각 병원 내에 세워지고 발전되면서 상당한 진료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부 센터는 국내 최고수준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포항시에서 관민이 함께 모여 역내민간 병원들의 의료 역량을 홍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회의가 있었고 그 실제적 방법을 토의한 바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시기적절한 논의이며 정책 방향이라고 하겠다. 우리 지역민들이 우리 지역 의료 수준의 변화와 발전을 몰라주면 요즘 일고 있는 지역의료계의 모처럼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는 지역의 중요한 인프라이다. 역내 민간 병원의 발전은 단순히 개개 병원의 발전이 아니라 바로 우리 지역 인프라의 발전인 것이다. 병의원은 경찰서나 소방서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중요 기본시설로서, 특히 시간을 다투는 응급 질환이 발생 했을 때에는 초기 치료가 그 목숨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지역에 아무리 좋은 병원이 많아 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지역의 의료 수준이 높으냐, 낮으냐 하는 것은 지역민들의 절대적 관심사가 되어야 하는 법이다. 하다못해 외국회사의 투자를 유치하려 해도 그 지역 내 의료시설이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이 외국 회사의 최우선 고려 사항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번에 기업도시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열었을 때도 지역 내 종합병원이 다섯 군데가 있다는 홍보가 곁들여 졌는데 앞으로는 단순히 다섯 군데가 있다는 정도가 아니고 우리 지역의 의료수준은 국내 최고 수준이니 의료에 관한한 절대 걱정할 것 없다는 정도의 자신감까지 홍보가 곁들어져야 할 것이다. 의료의 전문화와 특성화에 노력을 경주하고 지역의 의료수준을 높이려 애쓰는 우리 지역 의료계의 노력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애정을 보여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리는 바이다.
한 동 선(포항세명기독병원 원장·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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