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단체도 시민운동을 하는 단체이다.’
이 명정한 사실을 깨닫는데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린 것 같다.
내가 라이온스 클럽의 일원이 된 것이 25년전인 79년이었고, 시민운동단체인 포항녹색소비자연대의 회원으로는 8년째이다. 그렇게 양 단체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며 터득한 사실이다.
봉사단체라면 라이온스 클럽과 로타리 클럽이 얼른 연상될 정도이지만, 출발은 친교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만나던 사람들이 지역사회를 위한 일들을 해보자고 뜻을 모은 데에 있다.
모두 미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취지와 활동 내용이 좋아서 세계 각국 곳곳에 설립되어진 것이다.
라이온스 클럽은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청력보존 봉사, 농자(聾者)복지, 교육봉사, 환경보존봉사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로터리 클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교육봉사, 환경보존봉사는 으레이 특별 시민운동단체에서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들리겠지만, 설립취지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므로 그것을 위해는 못할 일이 없고 제한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사업들을 소홀히 하였기 때문에 새로운 단체들이 출범하였을 것이다.
우리 봉사단체들은 장학사업과 불우이웃돕기사업을 주로 하고 그것으로 목적 사업을 다한 양 자족하는데, 보릿고개로 고생을 하던 시절에는 그것도 뜻 있고 보람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사회에도 장학재단이나 복지재단과 같은 재단들이 많이 설립되었고, 그들이 많이 한 고유업무이므로 그들에게 맡기고, 봉사단체들은 설립취지의 본래정신을 되살려 각종 지역사회문제해결에 봉사하려는 자세가 바람직한데, 그런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시민운동단체도 봉사단체들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지역사회를 위하여 소비자권익보호, 인권운동과 같은 공익사업을 하자고 설립한 단체이다.
설립취지로는 서로 다를 바 없다. 다른 점은 시민운동단체는 친교를 바탕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회원의 자격에 제한이 없는 것이다. 상부상조. 친교만이 목적이면 계모임이고, 회원들의 권익보호가 목적이 상공인과 근로자들 단체 등과는 구별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포항공대 유치와 송도백사장 매각 반대운동에 앞장서 성공시킨 포항시발전협의회는 시민운동단체의 모범적인 사례이며, 또 새마을운동단체도 출발이 관의 주도로 시작하였고, 그간 친정부 행사에 동원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관변단체라 불리기도 하였지만, 설립취지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살기 좋은 지역사회로 만들자는 데에 있을 것이므로 시민운동단체에 당연히 속한다.
그런데 봉사단체나 발전협의회 회원들은 자기들 단체가 시민운동단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기를 꺼리는 눈치다. 그것은 아마도 그간 시민운동단체라 표방한 단체들이 정부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반대하는 운동을 보고 불안을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인간의 기본권마저 예사로 짓밟던 폭압정권 아래의 그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는 과정에 있을 과거역사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봉사단체 등이 시민운동단체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다른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탄핵과 이라크 파병문제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의 입장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고, 많은 계모임들이 시민운동단체로 발전 혹은 참여하면 선진민주사회에 필요한 시민정신이 한층 고양될 것이다.
조 유 현(포항 녹소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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