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실패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일에 대해서 열정도, 몰입도 없는 그냥 셀러리맨으로 평범하게 살아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한 수단과 방편으로 직장을 선택하고, 때가 되면 승진의 자리에 오르다가, 어느 날, 자신 스스로도 수용할 수 없는 구조조정의 희생물이 되어 젊음을 투자했던 직장의 자리를 비켜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일명 ‘복권 인생’이라고 부른다. 즉 복권 한 장에 횡재의 꿈을 꾸고, 당첨금으로 유토피아를 건설하여 살아보겠노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에게는 당첨되면 좋은 것이고, 당첨되지 않아도 그만인 것이다.
변화경영 전문가인 구본형 님은 ‘나’라는 책에서 자신도 한 때 복권 인생에 유혹을 받았던 사실을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나는 문득 복권을 생각했다. 복권에는 늘 당첨되는 사람이 있다. 참가자들에게 당첨확률은 중요하지 않다. 푼돈으로 운명을 바꾼 재수 좋은 사람이 매주 나타난다는 점, 바로 그 성공담이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행운이 한 번만 와 준다면, 지겨운 회사를 때려치우고 비행기를 타고 빛나는 도시로 아무도 몰래 도망갈 것이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생, 그 황홀함이 기다리는 곳으로…. 당첨자가 있다는 사실, 그 행운의 구체적 당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이 자석처럼 마음을 잡아끌지만 위안에 그칠 뿐이다.
게임의 룰은 분명하다. 당첨확률을 높이려면 건 돈이 커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게임에 참여할 사람은 별로 없다. 잃으면 전 재산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권은 늘 푼돈을 걸게 하는 것이다. 잃어도 그만이니까. 그리고 반드시 잃게 된다.”
푼돈을 거는 삶이란 미련이나 애착을 가질 필요성이 없는 편리한 삶이다. 잃어도 그만인 삶을 구가할 때는 그런 삶 자체가 행복할 수 없다. 푼돈 사용하듯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어쩌다 행운이라는 것이 올지는 몰라도 그 행운 자체가 행복일 수는 없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 삶의 행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본형 님은 계속 이렇게 말한다. “ 나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듯 살아가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푼돈을 들여 복권을 사면서 허망한 기대 속에서, 실제로는 복권의 당첨금보다 더 많은 돈을 쪼개며 평생을 궁핍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위험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잃어도 좋은 푼돈만 투자했다. 위대한 하루가 없이는 위대한 인생도 없건만 하루하루는 잃어도 아까울 것 없는 푼돈처럼 낭비되었다.”
미치고 싶을 만큼 깊이 몰입할 것이 없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허무함과 냉소만이 점점 세상과 사람들의 허한 가슴을 채워가는 것 같다. 가진 사람들은 가진 사람들대로, 어려운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대로 모두가 자기 몫만 챙기기에 급급하다.
자신의 전부를 투자하여 불사를만한 인생의 그 무엇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다못해 취미생활이라도 미치고 싶도록 하고 싶은데 그것도 여의치 못하다고 한숨 쏟는 사람들도 있다. 사랑에라도 미치고 싶은데 그것도 세상눈이 무서워 할 수 없다. 이념논쟁이나 사상 논쟁이라도 미치도록 하고 싶은데 그것도 일방통행만이 존재하는 현실이 되다보니 어렵다고 말들을 한다.
장마와 무더위는 여름의 특성이다. 장마처럼 지겹고 태양처럼 뜨겁게 매달릴 수 있는 일거리, 놀이거리, 읽을거리, 사랑거리, 먹을거리, 구경거리라도 한 가지씩 찾아서 푼돈이 아닌 자신의 전부를 투자할 수 있는 일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리라. 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