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있다. 정민 님의 책 제목이기도 하지만, 不狂不及이라는 말이 그 말이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말을 적극적으로 바꾸어 표현하면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된다. 주변에 소위 자신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왔노라 고백하는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미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든지,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어떤 장애물도 뛰어 넘으면서 살아왔다든지…. 그래서 성공지침서들이라고 일컫는 책들을 대하면 “하고 싶은 일에 미쳐라”라고 설득하고 있다. 이들은 열정과 몰입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일에 승부를 건다는 것이다.
반면에 실패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일에 대해서 열정도, 몰입도 없는 그냥 셀러리맨으로 평범하게 살아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한 수단과 방편으로 직장을 선택하고, 때가 되면 승진의 자리에 오르다가, 어느 날, 자신 스스로도 수용할 수 없는 구조조정의 희생물이 되어 젊음을 투자했던 직장의 자리를 비켜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일명 ‘복권 인생’이라고 부른다. 즉 복권 한 장에 횡재의 꿈을 꾸고, 당첨금으로 유토피아를 건설하여 살아보겠노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에게는 당첨되면 좋은 것이고, 당첨되지 않아도 그만인 것이다.
변화경영 전문가인 구본형 님은 ‘나’라는 책에서 자신도 한 때 복권 인생에 유혹을 받았던 사실을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나는 문득 복권을 생각했다. 복권에는 늘 당첨되는 사람이 있다. 참가자들에게 당첨확률은 중요하지 않다. 푼돈으로 운명을 바꾼 재수 좋은 사람이 매주 나타난다는 점, 바로 그 성공담이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행운이 한 번만 와 준다면, 지겨운 회사를 때려치우고 비행기를 타고 빛나는 도시로 아무도 몰래 도망갈 것이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생, 그 황홀함이 기다리는 곳으로…. 당첨자가 있다는 사실, 그 행운의 구체적 당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이 자석처럼 마음을 잡아끌지만 위안에 그칠 뿐이다.
게임의 룰은 분명하다. 당첨확률을 높이려면 건 돈이 커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게임에 참여할 사람은 별로 없다. 잃으면 전 재산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권은 늘 푼돈을 걸게 하는 것이다. 잃어도 그만이니까. 그리고 반드시 잃게 된다.”
푼돈을 거는 삶이란 미련이나 애착을 가질 필요성이 없는 편리한 삶이다. 잃어도 그만인 삶을 구가할 때는 그런 삶 자체가 행복할 수 없다. 푼돈 사용하듯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어쩌다 행운이라는 것이 올지는 몰라도 그 행운 자체가 행복일 수는 없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 삶의 행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본형 님은 계속 이렇게 말한다. “ 나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듯 살아가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푼돈을 들여 복권을 사면서 허망한 기대 속에서, 실제로는 복권의 당첨금보다 더 많은 돈을 쪼개며 평생을 궁핍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위험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잃어도 좋은 푼돈만 투자했다. 위대한 하루가 없이는 위대한 인생도 없건만 하루하루는 잃어도 아까울 것 없는 푼돈처럼 낭비되었다.”
미치고 싶을 만큼 깊이 몰입할 것이 없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허무함과 냉소만이 점점 세상과 사람들의 허한 가슴을 채워가는 것 같다. 가진 사람들은 가진 사람들대로, 어려운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대로 모두가 자기 몫만 챙기기에 급급하다.
자신의 전부를 투자하여 불사를만한 인생의 그 무엇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다못해 취미생활이라도 미치고 싶도록 하고 싶은데 그것도 여의치 못하다고 한숨 쏟는 사람들도 있다. 사랑에라도 미치고 싶은데 그것도 세상눈이 무서워 할 수 없다. 이념논쟁이나 사상 논쟁이라도 미치도록 하고 싶은데 그것도 일방통행만이 존재하는 현실이 되다보니 어렵다고 말들을 한다.
장마와 무더위는 여름의 특성이다. 장마처럼 지겹고 태양처럼 뜨겁게 매달릴 수 있는 일거리, 놀이거리, 읽을거리, 사랑거리, 먹을거리, 구경거리라도 한 가지씩 찾아서 푼돈이 아닌 자신의 전부를 투자할 수 있는 일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리라. 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