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패러디물은 이미 알다시피 ‘첫비팬’이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이 13일 오후 2시께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조선 동아의 말바꾸기’라는 제목으로 올린 것이다. 이 패러디물은 신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두 신문의 논조를 비난하는 글의 끝에 이미지로 첨부됐고 청와대 홈페이지는 이를 ‘열린마당’란 첫 화면에 실었다.
내용은 영화 ‘해피엔드’의 포스터를 패러디해 박근혜 전 대표가 상반신을 드러낸 채 침대에 누워 있고 한 남자가 런닝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제까지 정치인들에 대한 성적인 패러디는 흔히 볼수 있는 일이었고 이런일을 당한 당사자는 강한 남성의 심볼로 자라매김하는 남성의 성적 우월성(?)으로 오히려 + 알파의 효과도 있었던 것을 자타가 공인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박근혜 패러디는 이런식 패러디로 단순하게 치부해 버릴수 없는 여성비하의 복선이 깔려 있음을 주위의 여성여론을 들으면 느껴진다.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 개인을 페러디해도 파장이 크리라 보는데 일국의 야당 대표를 선정함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을 성적인 대상물로만 인식하며 모욕하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고서는 청와대 홈 페이지에 올려 졌을수 없음이다.
청와대 홈페이지가 어떤곳인가? 누군가가 올린 사진을 삭제하지 않고 오히려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심각한 실업난 속에서 엄청난 봉급을 받는 담당 공무원은 그 면이 국민의 홈페이지인지를 망각, 아니면 이용하여 청와대 홈페이지를 저질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사건에 대한 여성의원들의 태도를 신문이나 뉴스를 접하면서 같은 여성으로서 울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전체 인구의 반이 넘은 여성인구 중 17대 국회에서 39명의 여성 국회의원들이 탄생했으나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한 것에 우리 여성들은 너무나 실망했다. 평범한 전업주부들도 가질 수 있는 여성의식을 이들은 모른채 한 것인지.. , 특히 열린우리당 여성의원들은 위원회를 소집할 만큼 중대한 사건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여가 없는 여, 야만 있었다”는 부끄러운 말을 인구의 반인 우리 여성들은 다 들어야 했다. 우리는 묻고 싶다. 정말 우리의 입을 대신하는 여성의원들의 의식이 그 정도인지, 아니면 당을 위한 과잉 충성심에 양심을 접어두고 나타낸 비굴한 행동인지…. 전자이든 후자이든 전문성과 오랜 사회경험을 갖춘 그들의 이번 태도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면서 여성 할당제를 부르짖을 이유가 어디 있는지 묻고싶다.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여성의원들의 수만 불려서는 우리 여성들은 위로 받을수는 없다. 이 패러디가 없었으면 나타나지도 않았을 그들의 의식 수준을 이번 기회에 알아볼 수 있었고, 그들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지역 여성도 있었음을 알리고 싶다.
포항YWCA는 지역의 시민 봉사단체이다. 우리에게는 소비자 고발 상담이라는 창구가 열려 있다. 그 창구를 통해 상거래고발 상담만이 아닌 시민과 여성의 소리가 접수되면 우리는 이를 접수하여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패러디에 관한 제보를 한 우리 지역 여성들은 17대 국회의 여성의원들보다 의식 수준은 더 높지 않은가 생각된다.
이 은 숙(포항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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