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충격! 노인들과 여성들을 상대로 살인행각을 벌이던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구태여 몇 명을 죽였느냐? 라는 산술적인 계산은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사람이 저렇게 하고도 살 수 있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어 올 뿐이었다.
어찌되었던 지금 우리 사회는 충격 속에 빠져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실에 이와 같은 사건은 우리 모두를 정신적 공황상태 속으로 몰아넣지 않을까 염려된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 왈가불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사회나 교육현장에서 혹시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일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결과로 어쩜 이런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양성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삶의 과정이 불행했기 때문에 저질러진 범행이었다면, 과연 우리 주변에 범인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겠는가? 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범인보다 더 어렵고 곤고한 상황 속에서 살아보려고 오늘도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문제는 범인에게는 현재보다 더 넓고 큰 세상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세상을 보는 눈을 검은 색으로 보았고, 복수의 대상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어느 책의 이야기다. 어느 작은 마을의 상공회의소에서 연사 한 명을 초청했다. 그 마을은 경기가 침체되어 사람들이 모두 실의에 빠져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강연을 통해서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강의 도중 연사는 커다란 흰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가운데에 검은 점 하나를 찍었다. 그러고는 사람들 앞에 종이를 들어 올리면서 대뜸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었다. 누군가 재빨리 대답했다. “검은 점이 보이는데요.” “그렇죠, 또 다른 것은요? 다른 건 안 보이나요?” “아니요” 라는 소리가 청중 사이에서 울려 퍼졌다. “가장 중요한 것을 못 보셨군요.” 연사의 말이 이어졌다. “검은 점이 아니라, 이 종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잘 들어 보세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아주 작은 실수나 어려움 때문에 좌절하곤 합니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더 큰 세상, 즉 검은 점을 감싸고 있는 종이를 잊어버리기 일쑤에요.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축복과 성공, 즐거움이 이 작은 점보다는 훨씬 중요하겠죠. 이처럼 여러분들의 열정을 좋은 것,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마을은 변화될 것입니다.”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성공과 실패자라는 이분법이 너무 심화되어 있는 상태다.
일류가 아니면 그 다음은 실패자로 패배자로 전락되어 버리는 세상 분위기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 현장이나 경제현장, 정치 현장 등 어느 한 군데도 성공과 실패의 잣대가 겨누어지지 않는 곳은 없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아마 스스로 실패자로 규정하고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을 향해 복수를 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범인은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바로 성공한 사람들 보다는 이 세상에는 자신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 자신처럼 패배하면서도 내일의 더 큰 세상을 향해 침묵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조금만 더 세상을 넓게 보았다면, 흰 종이 위의 검은 점보다 넓은 흰 종이를 볼 수 있었다면….
.조금만 더 세상을 밝게 보았다면 이런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 되지 않았을 터인데….
가난하다고,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모두가 살인을 하지 않는다. 복수를 하지 않는다.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어느 누가 배신과 버림과 가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실패와 좌절은 우리 인생의 동반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이 삶의 마지막이 아니라 내일에 더 큰 세상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면서 실패와 좌절의 담을 뛰어 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배신과 버림의 세월을 뛰어넘어 포용과 용서의 삶이 필요하다. 안타깝다. 이런 의지와 삶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사회가 형성된다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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