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중에 가장 모욕적이고 야비한 것이 가난을 빗대 붙인 별명이 아닐까 싶다.
가난에 찌든 얼굴을 별명으로 붙여준 대표적인 것이 ‘강원도 감자 바우’와 ‘경상도 보리문둥이’이다.
강원도 감자 바우는 옛날 강원도의 주식이 감자였던 것에서 유래됐다. 그래서 강원도 처녀는 시집갈 때까지 쌀 한 말 먹고 시집가면 부잣집 딸이라고 했다.
쌀과 보리 등 곡류를 먹지 못하고 구황식물인 감자를 주식으로 하다 보니 영양 공급이 부족하여 얼굴이 경직되어 있고 시커멓게 타 들어간 모습이 마치 바위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으므로 ‘강원도 감자 바위’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경상도 보리문둥이는 경상도의 지역적 특성상 밭농사 위주였고 주식이 보리였다. 토양이 척박하였으므로 꽁보리밥도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먹거리의 양을 부풀리기 위해서 보리에 시래기를 넣어 죽을 쑤어서 보리시래기 죽을 끓여 먹었고 그러다 보니 영양이 부족하여 얼굴에 부종기가 가실 날이 없어서 ‘보리 문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말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조선 선조때 전라도 지방에서 발생된 정여립의 모반사건으로 전라도가 반역향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면서 벼슬길이 어려워짐에 따라 영남인들을 ‘문동인’(文東人-글을 잘 하는 동쪽 사람)이 와전되어 문둥이(문디)로 되었고 영남지역에서 보리가 많이 생산되어 ‘보리 문둥이(문디)’가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이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보리(쌀보리)가 금년에는 전라도지역에서 예년에 볼 수 없는 대풍작을 거둬 판로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소식이다.
농림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보리 생산량은 작년보다 28.3%증가한 15만8천톤이며, 보리농사는 정부 수매계획에 따른 계획생산방식으로 짓기 때문에 정부에서 수매하기로 한 2004년 계획량 10만9천톤을 초과해서 생산된 4만9천톤은 사실상 판로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우리 경북지역에서 생산되는 보리는 전량 판로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보리 대부분은 경북지역에서 생산되는데 품질과 가격이 좋아서 중간상인들이 약정수매전에 상당부분을 매입하는 바람에 판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보리는 곡물 중에서 섬유질 함유량이 최고이며,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완전 무공해 식품으로써 이 시대 최고 건강식이며, 요즘 흔히 말하는 웰빙식품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라도지방 농민들의 한숨을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도록 보리소비에 앞장서는 의미에서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저녁 식탁에 보리밥에 열무김치, 우리 콩으로 만든 청국장을 곁들인 비빔밥으로 무더운 여름밤을 보냄이 어떠할까.
손 동 섭(농협경북지역본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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