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일 간 장기 파업을 벌여온 포항지역 건설노동조합이 21일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70.5%의 찬성으로 이를 수용, 파업사태가 일단락 됐다.
이에 따라 1천300여 명의 노조원들은 23일부터 생업전선에 복귀하게 됐다.
노조측은 교섭이 시작된 지난 4월부터 3만9천500원 인상안을 줄곧 주장했지만 지난 19일 포항지방노동사무소 주선아래 진행된 교섭에서 기계부문 1만1천500원(14.6%), 전기부문 9천원(12.1%) 인상안에 잠정합의하면서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특히 이날 합의는 이틀 전 포스코 앞에서 폭력사태까지 빚어지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치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극적이었다. 3만9천500원을 요구한 노조나 3천원이상 인상 불가를 견지해온 사측 모두 한발씩 양보하며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17일 포스코 정문 앞에서 포항지역 건설노조와 전남 동부건설노조원 등 3천 여명이 참가한 시위로 폭력사태가 발생할 때만 해도 조속한 합의는 어려워 보였다. 일부 흥분한 노조원들에 의해 수대의 경찰차량이 파손되고 포스코 사옥 대형유리창이 깨지는 등 시위는 점차 과격양상으로 치달아 불안감은 증폭됐다.
하지만 건설노조 노사는 이러한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전격적인 합의안을 이끌어내 최악의 사태만은 피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노조의 주장처럼 생존권을 위한 단결투쟁이 얼마만큼 사측을 움직였는지는 미지수이지만 노사모두 협상테이블에서 한발씩 양보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인 것은 높이 평가할 만 했다.
이날 합의 배경에는 포항지방노동사무소의 일관된 원칙과 기준 고수 의지도 한몫 했다.
포스코 시위현장에서는 “관련 당국인 노동부는 왜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기울이지 않는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포항노동사무소 관계자는 “노사간 교섭 사안에 대해 노동부가 개입하면 노사의 협상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이라며 “노사가 자율적인 합의안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이 같은 원칙을 고수했고 앞으로도 노사의 자생력을 키우는데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항건설노조 파업사태에서는 대화와 타협, 양보가 선진적인 노사문화를 정착시키는 시금석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파업사태 종결이 (주)코오롱 구미공장과 대구지하철 노조에 ‘순풍’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최만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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