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골프장 건설에 따른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감포읍 나정리·대본리 주민 200여명의 항의 집회가 24일 시청앞 도로에서 개최되면서 많은 공무원들은 집회장 주변에 서성거리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며 일손을 놓고 있었다.
백상승 경주시장과 김성경 부시장을 비롯해 국장 2명과 1명의 사업소장, 5명의 과장과 1명의 읍장 등 대부분 간부 공무원 역시 결제를 뒤로한채 오전내내 진행된 주민대표들과 경주시·경북관광개발공사측의 협의에 참석해야만 했다.
집단 민원에 경주시가 총력을 기울여 대응하는 것은 외견상 당연한 일.
그러나 이같은 일을 사전에 막을수는 없었을까? 그 해답은 의외로 주민들의 볼멘 목소리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주민대책위 안매봉 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주민불편과 고통을 호소했지만 시청 간부공무원중 그 누구도 주민들의 형편을 알아 보려고 하지 않았다”면서 “경주시가 조금만 더 빨리, 제대로 관심을 가졌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도 말했다.
250여명의 주민들이 바쁜 농삿철에 돈을 들여 관광버스 타고 항의 집회를 하러오는 수고를 덜 수 있었고, 많은 공직자들이 집회장 주변을 서성거리고 수많은 경찰이 버스안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행정력의 낭비’는 방지할수 있었다는 것이다.
백상승 시장은 ‘상시적인 대화채널 가동’을 약속했고, 회의 종료를 자연스럽게 유도할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위원장이 경주시의 관심을 촉구한 말은 설들력이 높다.
그리고 이같은 ‘아쉬움’이 그리 낯설은 것도 아니다.
시장과 주민들이 직접 대면하는 수많은 집단 민원에서 이와 비슷한 풍경은 반복되고 있다.
업무 실무자와 최종 책임자인 자치단체장의 권한은 명백히 다르고, 지방자치시대 이후 내손으로 뽑은 자치단체장을 만나야 마치 모든 문제를 풀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관행 탓 일수도 있다.
그러나 업무 권한이나 관행만 탓하기에는 이같은 일이 너무나 자주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또 주민과 대화하는 자리에서야 겨우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짚는 장면이 종종 목격된다는 점에서, 실무자와 최종 결제권자를 연결하는 간부 공무원들이 과연 제대로 시장을 보좌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수 없다.
따라서 최근 경주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집단 민원은 경주시 간부공직자들에게 두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주민들은 사안에 대한 명백한 해결방안 못지 않게 경주시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이른바 참모라고 할수 있는 간부 공무원들이 최종 결제권자를 제대로 보좌하는 것은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파악한 다음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보고하는 것’ 이 아닐까?
경주=김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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