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포항해양경찰서는 경주시 감포읍 해변에서 발생한 변사사건에 의문을 품고 수사를 벌인 끝에 현직경찰관을 범인으로 잡아 다음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3일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시민들은 경찰이 범죄은닉을 위해 사체를 유기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범인이 소속돼 있던 포항남부경찰서는 경북지방청의 장기간 감찰을 받는 등 난리를 겪고 있다.
현직경찰관을 검거하고 이를 공개한 포항해양경찰서장과 수사담당자들은 같은 공복으로서 가능하면 숨기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 못지 않았겠지만 수많은 시민과 언론의 감시가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중대한 사건을 마냥 숨길 수는 없었을 터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포항해경은 사건 공개와 비공개를 두고 숱한 고민을 했을 것이고, 결국 수많은 경찰동료들의 질타가 있을 것임을 알면서도 공개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물론 포항해경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도 상당기간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52만 포항시민을 비롯한 4천500만 국민들은 포항해경의 용기있는 판단에 갈채를 보낼 것이고 무한한 신뢰의 눈길을 보내줄 것이다.
해경 뿐만 아니라 나라의 모든 공복들이 가장 먼저 가슴에 새겨야 하는 것이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공복’이 되는 것이야 말로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해경의 살인사건 공개는 참으로 칭찬받을 만하다.
반면 포항북부경찰서는 지난 19일 검거한 수백만원대의 도박용의자 중에 포항시청 간부공무원이 직무관련 업체관계자들과 함께 검거되자 행여 외부에서 알까 숨기며 쉬쉬했다.
특히 도박사건의 일부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에도 발뺌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일삼았다.
결국 포항북부서는 포항시의 간부공무원을 지켜준다는 얄팍한 배려(?)에만 빠져 52만 시민들로부터 불신받는 일을 자초한 것이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경찰의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포항북부서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는 가뜩이나 불신의 늪에서 빠지지 못하고 있는 경찰의 현실에 ‘기름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우를 범한 것이라고 본다.
포항북부서는 앞으로라도 손바닥으로 산을 가리려 하기 전에 작은 희생이 있더라도 밝고 투명한 서풍을 조성, 신뢰받는 경찰상을 심어주기를 기대한다.
이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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