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중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곳에 가서 본 것은 <공산당>이라는 사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한 줄로 줄을 세워놓고 있는가? 를 눈여겨보았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자유분방함을 구가하며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따라 가느라고 분주하게 보였다. 가는 곳곳마다 도로 공사가 열기를 뿜고 있었고, 내가 머물렀던 칭타오와 선양은 우리의 대도시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도심 속의 분위기는 우리들 보다 더 활기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사상세계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모택동 인물 사진이 그것을 증명해 보여 주었다. 광활한 중국 대륙 위에 아직도 모택동의 사진이 거리의 한 부분들을 장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의식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증명해 보여 주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공산당>을 위한 한 줄 서기의 선택 밖에 없었다. 다른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런 형태로 만들어 보려는 사람들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씩 듣고 싶지 않는 말들 중에 하나가 <완장문화> 또는 <한 줄 세우기> 등의 말이다. 왜 지금 우리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생산해 내는 시대를 살아야 하는지 의아스럽다.
어쩌면 작금의 시대에도 소설가 배수아가 소개하고 있는 S같은 인물이 더 많다. S는 우리 시대의 군중들의 모습이다. 시대의 변화를 보면서도 할 말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만 전념하는 전형적인 군중의 모습일 수 있다. 그러한 군중을 향해 <비도덕적>이라 매도하고, <적>이라고 돌을 던진다면 어쩜 무서워서도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는, 배수아의 말대로 그것은 또 다른 악일 수 있다. 그는 이런 말도 한다. “ 그들은 도덕적이고, 순수하고, 전투적인 것만큼 또한 그 이상으로 군중의 맹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맹종 중의 하나는 바로 강한 개성에 대한 사무치는 미움과 질투이다.
아무리 역사에 남길 일을 한다할지라도 미움과 질투가 가세된 일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다 하여 적敵이라 규정해 놓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미 그것은 악으로 선을 행하려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선한 일을 위해 악을 행하겠다는 것은 스스로의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선은 선일뿐이다. 또한 악은 악일뿐이다. 배수아는 이런 말도 한다. “악을 무찌른다는 핑계로 또 다른 악을 만들어내고 있는 전투적인 무지함이 다른 것도 아닌 예술의 이름을 뒤집어쓰고 기세등등해 있는 몰골들이다.” 지금 우리 주변은 예술이 아닌 역사세우기와 개혁이라는 미명아래 혹시 또 다른 악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조심스런 자문을 해 본다. 선은 미움과 질투와 공존하지 않는다. 선은 적을 만들지 않는다. 선은 비도덕적인 것 까지도 포용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승리한다. <선을 위해서>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악을 행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함몰되어 있는 것이다. 탈출해 나와야 한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은 누구에게나 진리임을 기억하면서….
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