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허점 수사에 대한 언론의 지적 보도에 대해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경찰입장만 합리화시키기에 급급하고 심지어 기자에게 협박성 막 말들을 내뱉은 포항남부경찰서 형사계 경찰관을 두고 과연 민중의 지팡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난 11일 가정주부들이 도박을 한다는 112 주민 신고로 포항남부경찰서 상대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해 12명을 연행했다. 그러나 증거 불충분이라며 도박사범 12명 전원을 조사도 없이 무사귀가(?) 조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사귀가의 이유인즉슨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잠겨 있던 컨테이너 박스 문을 열려는 순간 안쪽에서 경찰의 출동을 눈치 챈 도박사범들이 모든 증거를 인멸한 후 스스로가 문을 열어줬지만 증거가 없어 돌려 보냈다는 것.
한 경찰 관계자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듣고 알게 된 기자는 상대지구대에서 사실 확인을 했다. 그런데 경찰이 도박 정황이 분명한데도 판돈이 압수되지 않은 상태로는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돌려 보낸데다 이에대해 횡설수설하는 담당경찰관의 태도가 미심쩍어 기자가 도박꾼들과의 봐주기식 결탁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남부서 형사계 김모 반장은 “그런 엉터리 기사 하나 때문에 다른 기자들까지 욕 먹는다”며 충고까지 하고 “엉터리 기사를 쓴 기자는 쳐 넣어야 된다”는 등의 협박성 어조로 막 말을 서슴지 않았다. 또 “요즘 도박꾼들과 결탁하는 경찰관이 어딨냐”며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 듣고 와서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기사를 마음대로 쓰냐”며 본사 편집권 침해까지 일삼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될 사항은 허점 투성이인 경찰의 수사력이다.
10명이 넘는 가정주부들이 컨테이너 박스 내에서 문을 잠그고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를 경찰이 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가. 또 주부들이 출동한 경찰에게 ‘우리 도박하고 있었소’라며 바른말을 했을리 만무한게 아닌가. 그리고 증거를 인멸한 것은 당연지사가 아닌가.
또 도박사실에 대한 정황과 흔적이 인지됐음에도 불구하고 판돈 압수를 못했다는 이유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각서 한 장만 쓰게 하고 돌려보낸다는 것이 경찰이 취할 조치인가.
남부경찰서 형사계 김모 반장은 기자가 기사로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는가. 혹시 김반장 자신에게 주어진 경찰직과 사법권이 개인의 권력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공복답게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협박조로 몰아붙이려는 속담 속의 미꾸라지 같은 경찰관 한 명 때문에 정작 일선에서 묵묵히 일 잘하는 모범 경찰관들에게 누가 된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남영욱기자 nyu@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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